때때로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다. 내가 주인이 아니라, 마치 이 사악한 형체가 나를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이다. 내비게이션, 학교 알림장, 카메라, 은행 업무, 피할 수 없는 일상의 영역들까지도 이 손바닥만 한 물체 하나가 다 해낸다. 이 녀석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폴더폰 사용과 신문 읽기 같은 아날로그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유혹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세다.
어제 아끼는 구독자 님 중 한 분이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라는 이야기로 자녀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요즘 나의 큰 화두이기도 하다. 나 자신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벽에 만난 두 책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스마트폰의 노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건 인간의 자유의지와 시간에 대한 주도권이다.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나를 사로잡지 않습니다. (p.16)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다시, 그림이다>
시간에 대한 주도권은 곧 삶에 대한 주도권이다. 주도권을 누군가에게 내준 채 행복하긴 힘들다. (p.96) - 최혜진, <명화가 내게 묻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SNS가 곧 인간관계이며 스마트폰이 몸의 확장인 시대에, 정보 과잉의 시대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즘 그림 관련 책들을 읽으며 글쓰기가 참 그림과 많이 닮아 있다고 느낀다. 글을 쓰며 글쓰기에 대해 생각한다. 글쓰기라는 행위야말로 인공지능에 반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다. 의지적으로 자판을 두들기며 나의 손과 마음과 눈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일, 바로 지금 내가 시간을 정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