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가 말해도 될까요

-나태주 시인에게 바치는 헌사-

by 마음은 줄리어드

시인이 그랬다

나한테 시간이 많이 없다고


시인이 말했다

시간에게 속지 말고

시간을 특별히 기념하고

기록을 붙잡고 남기라고


시인이 가르쳐주었다

독학으로 시를 배웠다고

벌판에서 시인이 됐다고

선생을 깨부수고 뚫고 나가라고

공부는 혼자 하는 거라고


시인이 시인했다

스스로 시인이 된 게 절대 아니라고

보이지 않는 존재의 축복이 있었다고

그건 하나님으로부터의 축복이었다고

하나님한테 빚을 졌으니 갚으면서 나아가겠다고


내가 물었다

다작이 무슨 문제가 있나요

왜 망가지고 있다고 하셨나요


시인이 대답했다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아라

긍정도 부정으로 듣고

부정도 긍정으로 들어라

그저 글 쓰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인생은 망가지는 과정이다


이제는 제가 말해도 될까요

시를 짓겠습니다

시라는 찻잔에 사유와 풍경의 폭풍을 담겠습니다

기꺼이 망가지겠습니다


저도 쓰지 않으려 해도 멈출 수가 없네요

제게도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거든요

저도 하나님께 빚을 졌거든요


2020.1.4

시 쓰는 네 아이맘, 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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