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실수

by 마음은 줄리어드
시련을 당했다. 쓰러져 울었다. 너무 아파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를 썼다. 그게 덜커덕 신춘문예 당선작이 됐다. 그리고 50년을 더 썼다.


등단한 지 50년이 되는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다. 시인의 이야기를 둘째 아이와 함께 듣고 있는데 아이가 뭐라 뭐라 속삭인다. 북 토크 중 시끄럽게 하면 남에게 피해가 가니 종이에 쓰라고 했다.


"엄마! <아주 작은 실수> 같은 얘기야"

아! 며칠 전 책방에서 읽어 준 그 그림책의 내용을 노장의 이야기에 연결 짓고 있구나. 오늘의 이야기가 네가 들은 그림책 이야기와 믹스가 되어 너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썼구나.


아이는 <아름다운 실수>라는 책의 제목을 <아주 작은 실수>라고 말하는 아주 작은 실수를 했지만 엄마가 들려준 그림책 이야기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북 토크가 끝나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이에게 물었다.

여자에게 차이셨어. 그건 실수였지. 하지만 그걸로 시를 써서 이렇게 시인이 됐으니까.

어제 내가 처음 쓴 시는 동시 수준이다. 그러나 나는 '시 쓰는 네 아이맘 노라'라는 하나의 점을 일단 찍었다. 이 점이 앞으로 실수가 될지 시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 황현산 선생은 말한다. "우리는 늘 실패한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그 실패의 순간마다 변화한다"라고도 이내 덧붙인다.

글쓰기가 독창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는 그것은 바로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이해 나의 '사소한' 사정을 말한다는 것이다. (p.176)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중 '당신의 사소한 사정' 편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매 순간 나를 의심하고 좌절을 거듭하지만 내가 쓰는 이상 나의 사소한 사정은 특수한 사정이 된다. 나의 사소한 사정을 계속 써나갈 것이다.


지금 이맘때쯤이면 새해에 새로 쓴 계획들이 벌써 무너져 작심삼일에 좌절해 한탄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 거라 사료된다. 하지만 지나간 삼일은 뒤로 하고 새로운 삼일들을 계속 써나가길 바란다. 실수는 시작이기도 하니까. 우리는 또 실수할 거고 늘 실패할 거다. 하지만 그 실수와 실패들이 모이면 또또나무처럼 큰 열매를 맺을 것이다.


오늘도 또 시를 쓰자. 또또또 실수하자.



또또나무 -유하정-


나는 또또나무를 키우고 있어

이번엔 되겠지 했던 일이 안 되면

열매 하나씩 생기는 내 나무

만질만질한 쥐눈이콩 닮은 열매야.


가끔

어떤 건 사탕만하고

어떤 건 탁구공만 하다가

어떤 건 솜사탕만 하고

어떤 건 별모양처럼 끝이 뾰족할 때가 있어.


또또 나무를 보는 건

썩 좋지 않은 일


'또' 라는 말 때문에

막막함이 밀려오니까


'또' 라는 글자 하나 쌓일 때 마다

내 또또나무


또또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

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

또또또또 또또또또또또또

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


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


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

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또

또또또또또

또또또또

또또


또를 또 만났을 땐

어떨 것 같니?


열매가 늘어나니

무겁기도 하겠지


그럼 좀 어때?


나무도 늘어날거야.

나무는 숲이 되고 푸른 숲에서는

또글또글한 꽃도 필거야


꿀벌도 날아올 테고

휘파람새는 또또나무 가지에 앉아 노래하겠지

바다에 사는 갈매기면 어때?

오라고 할테야.

백두산 사는 호랑이면 더 좋아

오라고 할테야.


누구든 '또' 를 만나러 온다면

오라고 할 테야.


기분은 무지 나쁘겠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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