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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Apr 30. 2020

한 알의 밀알

어제 아이들과 나눈 대화다.

나: 얘들아~ 엄마가 새벽에 책을 읽었는데 '애들한테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라고는 질문은 많이 하는데 어떻게 살고 싶냐는 질문은 많이 안 한다'라는 내용이 있었어. 그런데 엄마도 그동안 그랬던 거야. 첫째는 과학자, 둘째 너는 영화감독이 꿈인 걸 엄마가 아는데... 어떻게 살고 싶냐고는 한 번도 안 물은 것 같아. 한 번 얘기해보자~ 어떻게 살고 싶어?

첫째: 특별하게 오래 살고 싶어. 또 행복하게 살고 싶어~

둘째: 튼튼하게 살고 싶고, 초능력을 갖고 싶어.

나: 초능력은 왜?

둘째: 불쌍한 사람들 돕고 싶어.

나: 아~ 인크레더블처럼?

둘째: 응

나: 불쌍한 사람들 어떤 사람들?

둘째: 고아, 거지, 장애인.

나: 그래, 예쁜 마음이다~ 첫째 너는 왜 특별하게 살고 싶어?

첫째: 삶은 한 번 뿐이니까.

둘째: 삶은 한 번 뿐이지만 영원해.

나: 왜 영원하다고 생각하지?

둘째: 우린 천국에서 영원히 사니까~

-우리의 어제, 2020.4.28 대화-

나는 아직도 죽음이 많이 두렵다. 오래오래 살고 싶다. 아이들도 죽음이 두려울 거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천국이 있고 영생이 있어 감사하다. 타인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의 씨앗도 있어 고맙다.


아이들은 그렇고,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을까? 어떻게 사는 게 내가 생각하는 '잘 산다'의 기준일까?


나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다. 나라는 밀알 하나를 스스로 끊임없이 죽임으로써 이 세상에서 더욱 빛날 네 아이들이라는 열매를 생각한다. 내가 죽으면 '엄마는 우리를 사랑하는 진정한 한 알의 밀알이었다.'라고 나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


삶을 살아가며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사랑, 희락, 화평, 인내,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 이 모든 것이 필요하지만 나는 '희생'하고 싶다. 철저히 자신을 깎고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배려심보다는 경쟁심과 이기심에 싸여 자라왔던 내가 나를 버리며 아이들을 위하며 살아간다는 건 아직도 힘겹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이기적인 내가 나를 조금씩 버려가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삶은 단 한 번뿐이다. 그러나 먼 훗날 내가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여러 열매를 맺으며 살아갈 아이들이 있어 내 삶은 영원하다.


나, 한 알이 밀알이 되고 싶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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