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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줄리어드 May 08. 2020

나는 포스트 코로나가 두렵다

-다가오는 개학을 준비하며-

벌써부터 몸도 마음도 분주하다. 십여 일 후면 네 아이들 중 두 아이가 개학을 한다. 식판을 씻었다. 유치원 가방과 실내화를 빨았다. 학교 준비물 리스트를 출력하여 훑어보았다.  


지난 2월 봄방학 시작과 함께 코로나가 창궐했다. 그리고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이 줄줄이 휴교, 휴원 했다. 기약 없는 방학과 집콕 섬 생활 지속에 한숨을 지었었다.


그런데 이제는 역으로 아이들이 개학하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두렵다. 코로나 집콕이 계속되던 2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벌써 나의 심신은 이 느린 리듬의 생활에 적응한 걸까? 심신이 신호를 먼저 보내기 시작한다. 몸보다 급해진 마음은 다시 사회를 향한 출격을 위해 예전의 긴장 상태를 되찾으려 한다.


10년 동안 네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많이도 바빴다. 잊을만하면 임신, 출산. 이 지긋지긋한 것을 되풀이하기 바빴다. 나 혼자 많은 아이들을 감당할 수 없어 쩔쩔매던 순간들도 많다. 집안 화장실 양쪽에서 동시에 볼 일을 보는 두 아이의 뒤처리를 왔다 갔다 해주다 욕지기가 치민 적도 있다. 신랑이 이미 출근한 오전,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세 곳으로 네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며 버럭도 참 많이 했었다. 오전 등교 시간은 늘 폭풍 같았다. 오후라고 그리 다르랴. 넷째를 집에 재워 놓고, 셋째 버스 시간이 돼서 부랴부랴 하원 버스에 달려 나간 적도 많다. 적어놓지 않으면 까먹기 일쑤니 큰 장부 같은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아이들 스케줄을 이리저리 챙기기 바빴다. 바쁜 와중에도 때때로 공허했다. 그래서였는지 늘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애쓰느라 급급했다.


바쁜 리듬의 생활을 보내는 나에게 코로나 집콕 생활은 느린 시간의 미학을 가져다주었다. 지난 두 달만큼 느슨한 시간을 살아간 적이 내 생에 단 한 번도 없었다. 챙겨야 할 목록들이 거의 없으니 마음이 편안했다. 아무 스케줄에도 구애받지 않는 일상, 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도 큰일 날 일 없는 나날들, 아이들이 나와 함께 집에만 있으니 그들의 안위에 관해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심적으로 편안한 날들이 지속됐다. 당장 죽을 지도 모르는 세상에 굳이 애써 무엇인가를 성취하기보다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맘껏 사랑하며 살고 싶었다.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랐다. 욕심은 버려지고 소망은 단순해졌다.


코로나 집콕 시기에 몸도 마음도 느린 리듬에 이미 적응이 다 돼버렸는지 분주해질 일상이 벌써부터 두렵다. 서둘러야 할 아침이 두렵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준비시켜 제시간에 등교시켜야만 할 날들, 잔소리를 고 한 번씩 버럭 화를 내서 아이들을 재촉해야만 하는 다가올 5월말의 아침이 두렵다.


다시 바빠질 일상에서 마음만은 어떻게 느린 리듬을 찾을 건지 그것이 내게 주어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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