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마를 예상했지만,
제법 큰 비가 내렸던 7월.
비가 그치고 매미가 열심히 울어대는 한 여름.
나무가 우거진 풍경속으로 산책을 떠납니다.
빈 스케치북 한권과 뾰족하게 깍은 연필 한자루면 충분합니다.
눈은 빛이 부서지는 나뭇잎을 바쁘게 쫓고,
우거진 잎을 튼실히 붙들고 있는 줄기를 더듬게 됩니다.
시선을 따라 손이 움직이고,
종이위에 번지듯 그어지는 연필의 신선함이 무척 좋습니다.
드로잉은 풍경을 가장 느리게 감상하는 방법입니다.
근대의 속도에 반대되는 이 행위가,
계절의 곁에 머물 수 있는 힘을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