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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Feb 16. 2017

좋은 글을 만드는 요소

기획력/조사력/필력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세 가지 자질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획력. 조사력. 필력. 


한참 선배인 기자이자 다독가 한 분이 해 주신 이야기다. 최근에 나온 내 책을 읽고 좋은 글을 쓰기위한 세 가지 자질을 갖췄다고 말씀해주셨다. 듣기 좋으라 해주신 말씀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각각의 씨앗은 있는 것 같다. 키워가야 할 여지는 무궁하고.

아직 글로 밥벌이를 할 만큼은 아니지만 글 쓰는 일이 가장 행복한 초보 작가로 세 가지 자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기획력

좋은 글은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시의성이 있는 주제를 선택하거나, 평범한 주제라도 생각지 못했던 면을 부각해 찻잔 속 회오리가 일듯 파문을 일으킬 수 있도 있다.

일단 주제로 눈을 끌었다면 그다음에는 계속해서 읽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본래 무엇이든 중간에 포기하는 성격이 아닌데도 가끔 글을 읽다가 중간에 덮는 경우가 있다. 더 읽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질 때 그렇다. 재미가 없어서일 수도, 원하는 정보를 이미 얻어서 일수도 있다. 계속 읽게 만들려면 구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는 병렬식이든 점강식이든 기대감을 이어가는 플로우.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두 권의 책을 냈다.

나는 에디터와 자주 상의하는 편이다. 글을 쓰는 것은 내 몫이지만 나머지는 에디터에게 맡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세 가지 자질 중 조사력과 필력은 오롯이 작가의 몫이지만 기획력과 구성력은 에디터가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어느 부분에 관심을 보일지, 어떻게 하면 읽는 이가 몰입할 수 있을지는 에디터가 더 잘 안다. 훌륭한 에디터는 객관적이고 직관적이다. 병렬로 배치한다고 해도 앞부분에 어떤 주제를 놓아 시선을 끌고, 마지막에 어떤 이야기로 여운을 남길 것인지, 에디터와 자주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매킨지에서는 무엇이든 세 가지로 요약해내라고 한다. 셋으로 뽑아내는 원칙이 있다.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각각이 독립적으로 타 항목의 요소를 포함하지 않으면서 셋을 모으면 전체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글의 구성도 이 원칙을 따른다.


조사력

담담하게 현실을 푸는 작가도 좋지만, 제일 부러운 작가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 글로 새로운 세상을 하나 만드는 작가다. 런던 지하철 벽 어딘가에 정말 호그와트로 가는 비밀 문이 있는 건 아닐까 싶게 만든 <해리 포터> 시리즈, 또 다른 인류를 고민하게 만든 <반지의 제왕>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줄리언 반스의 <10과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하지만 상상력도 조사력의 토대에서 나온다. 앞의 두 작품은 온갖 신화와 판타지 소설에서 힌트를 얻었다. 내용, 주문, 이름 안에 역사가 담겨있다. 개미의 습성에 대한 꼼꼼한 조사, 성경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연구 없이는 이토록 기발한 작품도 없었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자연스레 관심분야에서 주제를 선택하더라도 글을 써나가기 위해서는 목적을 갖고 철저히 보강 조사를 해야 한다. 나는 글을 빨리 쓰는 편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시간보다 조사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지인 한 사람이 내 첫 번째 책을 보고 "이 사람 참 독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나한테는 큰 칭찬으로 들렸다. 조금 더 독해져야 하고, 얼굴이 두꺼워져야 한다. 찾고 연결하고 검증하고를 몇 차례 반복해야 애매한 여지가 없는 글이 나온다. 조사가 덜 되어 있으면 신기하게 글에서 그 여백이 보인다. 의도적으로 생략하거나 얼버무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으른 사람은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 작가 중에 성격 좋은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필력

어렸을 적에는 필력이 다인 줄 알았다. 기획력, 조사력, 필력이 고루 어우러져야 좋은 글이 되는데, 어릴 때는 글의 깊이와 너비를 소화할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글의 기교에 홀딱 넘어가기도 한다. 글을 쓰는 능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경험과 지식이 쌓이고 여러 종류의 글을 접하다 보니 이제는 기교뿐인 글은 공허하게 느껴진다. 읽어도 울림이 없고 남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필력은 기획력과 조사력을 합친 만큼 중요하다. 좋은 기획에 철저한 조사에도 읽히지 않는 글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결과를 담은 논문이라면 모를까 대중이 읽게 만들려면 필력은 필수적이다. 문장은 짧게 호흡을 고려해서 쓴다. 리듬을 찾아야 한다.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소리 내어 읽는 것 같은 흐름으로 글을 쓰면 잘 읽힌다. 재치와 솔직함이 드러나면 기교 없이도 좋은 글이 된다. 문장의 호응, 단어의 뉘앙스, 적당한 도치와 반복만 잘 구사해도 글이 지루해지지 않다.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서 내 머리 속에서 이미 영화를 찍었다.

그 바람, 그 눈빛, 구름 낀 하늘과 초원을 촉각으로 인지하듯 그렸다. <밀레니엄>을 읽을 때는 서늘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 눈 쌓인 겨울의 어둑어둑한 빛, 습도, 긴박감을 느꼈다. 충실한 묘사 때문이다. 감정을 설명하면 강요가 된다. 주저하는 손가락, 입꼬리의 떨림, 피하는 눈동자, 숨을 참는 뒷모습이면 충분하다.




좋은 작가가 되어야지.

다음 프로젝트는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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