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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May 25. 2020

W22_레서판다는 우릴 보고 웃지

멸종위기 동물 레서판다는 왜 약혼녀를 두고 동물원을 탈출했나

지난밤 스웨덴에 무슨 일이 있었나, 22주 차 소식입니다. 


지난주 동물원을 탈주한 레서판다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레서판다 일명 너구리판다의 모험은 길지 않았습니다. 나이 7세, 이름은 알준Arjun(한국에서 유행하는 하준이가 아닌 알~준입니다) 알준은 네덜란드 태생으로 스웨덴 노르쇼핑 Kolmården 동물원에  온 지 일주일 만에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레드판다는 멸종위기 보호종으로 야생에는 개체가 3천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알준이가 스웨덴으로 오게 된 이유도 콜모르덴 동물원에 암컷 레드판다가 있기 때문에 번식을 통해 개체를 늘리기 위한 멸종위기 동물 보호 프로그램의 일환이었습니다. 알준은 만나기로 되어있던 5살 연하의 암컷 레드판다인 오틸리아를 소개받기도 전에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탈출의 이유가 정략결혼을 원치 않아서였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준이 탈출한 집

탈출방법 역시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동물원 사육사는 월요일 아침 아준이 우리에 없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울타리에는 어떤 손상이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동물원 관계자는 동물원 내부와 외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벌였는데 그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콜모르덴 동물원은 150헥타르의 숲으로 조성된 야생 사파리 구조로 북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물원입니다.  150 헥타르면 45만 평이 넘어 수색에 난항이 이어졌습니다. 꼬박 하루가 지나 수사에 물꼬가 트였습니다. 동물원 사육사 중 두 사람이 알준과 비슷한 녀석을 돌고래 수족관 근처 숲에서 보았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수족관 주변 1000평 이내로 수사 범위를 좁혀 들어갔습니다. 몇 시간 지나 열감지 드론에 지상 4미터 높이의 나무 위에서 쉬고 있는 한 동물이 포착되었고 구조팀은 나무 아래 그물망을 설치한 뒤, 수의사가 마취 침을 쏘아 떨어뜨려 검거에 성공했습니다.  

콜모르덴의 동물병원 담당의에 따르면 건강은 양호하며, 하룻밤 입원해서 푹 쉬면 우리로 복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동물원은 알준이 또다시 탈출할 경우에 대비해 울타리 정비에 나섰습니다. 


한편 너구리판다 알준이 묵비권을 행사함에 따라 탈출의 이유가 정략결혼에 대한 반발이었는지, 탈출한 후 향했던 수족관의 돌고래와는 어떤 관계인지, 조력자가 있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레서판다의 수명이 12~14년 정도라는데 거의 반평생에 다름없는 7년간 머물렀던 곳, 정든 친구들을 떠나 새로운 곳에 왔으니 고향이 그립고 혼란스럽기도 했겠다 싶습니다. 인간 때문에 멸종직전까지 왔는데, 가둬 둘 땐 언제고 번식을 위해 억지로 이동까지 시켰으니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동물원의 계획대로라면 알준은 오틸리아를 만나 몇 달 안에 번식에 성공하게 됩니다. 만약 코로나가 진정되면 콜모르덴 동물원에 가서 탈주범 커플과 새로 태어날 2세를 만나보고 싶습니다만, 새끼가 태어나면 멸종위기 동물의 개체 번식을 위해 다른 동물원으로 보낸다고 하네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줄어든 것이 많이 있지요. 대기 오염이 줄고, 교통사고가 줄고, 감기나 독감 같은 유행성 질환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또 하나 줄어든 것이 바로 범죄인데요. 그 와중에 발생한 귀엽고도 안타까운 탈주범 소식이라 그런지 스웨덴 매체 곳곳에 실렸습니다. 


알준아, 오틸리아와 함께 행복해! 살다 보면 삶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일도 무척 중요하단다. 북극여우 누나로부터♥



"지난밤 스웨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유튜브로도 보실 수 있어요! ;-)

짜잔, 5분이 슝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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