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 일상인 핀란드, 도로에 수입차 천진데? 괜찮은데? by TJi
제목 배경 사진 출처: Pixbay
핀란드는 춥고 긴 겨울을 가진 나라이다. 그러나 가끔은 한국이 더 추울 때가 있다. 지난주 폭설로 강남이 마비되던 그때 서울이 헬싱키보다 추웠다. 그즈음 헬싱키는 영하 1도에서 3도를 오가는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었고 적당히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였다. 덕택에 아이들은 근 2년 만에 썰매 타기를 즐길 수 있었다. 지난겨울은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축축하고 어두운 겨울로 10년이 훌쩍 넘는 핀란드 생활 중 최악이었다.
헬싱키에서 눈 덕에 밝아진 세상만큼 밝아진 기분을 만끽하고 있을 때, 한국은 한파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중 강남에 내린 폭설에 수입차 어쩌고 저쩌고의 기사들이 의구심을 자극했다. 후륜구동인 고급 수입차들이 눈이 내려 미끄러워진 길에서 제어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는 내용이었다. 왠지 국산차 편드는 것 같아 기사가 맞나 싶었다. 심지어 같은 후륜구동인데 다르다며 벤츠와 야쿠르트 카트를 비교하는 어이없는 기사도 보았다. 기자들은 이런 기사들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겨울에 시시때때로 눈 내리는 헬싱키에서 전륜구동이든 후륜구동이든 상관없이 자동차가 멈춰 섰다는 기사는 본 적이 없다. 간혹 첫눈이 좀 많이 내린 경우 제설작업이 더뎌져 교통체증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경우는 봤다. 눈 치우는데 이골이 난 나라지만 좀 과하게 첫눈이 내리면 시스템이 잠에서 깨느라 우왕좌왕일 때가 있긴 하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데 머...) 그런데, 한국의 이번 폭설에 문제가 된 차종의 차들도 이곳 도로를 활보할 텐데, 그 차들은 왜 핀란드에선 애물단지가 되는 일이 없을까? 수입차냐 국산차냐 전륜이냐 사륜이냐 후륜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차량이 눈길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타이어의 문제가 더 크다. 폭설로 멈춰 선 수입차를 다루는 기사들 중 대부분이 기사 말미에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해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기사는 타이어가 아닌 수입차에 집중했다. 참, 핀란드가 오르막이 적은 게 자동차가 애물단지가 되지 않는데 한몫했지 싶다.
긴 겨울 눈길 천지인 핀란드는 왜 큰 탈이 없을까? 겨울용 타이어 사용이 법으로 강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식이지만 정확성을 위해 핀란드 도로교통법을 살펴봤다. 2020년에 개정된 핀란드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날씨나 도로 사정에 따라 11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겨울용 타이어를 사용해야 한다. 위반 시에는 1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해당 차량은 도로가 미끄럽지 않을 때까지 운행이 금지될 수 있다. 개정 전에는 날씨와 관계없이 12월 1일부터 2월 말까지 겨울용 타이어 사용이 필수였다. 지난겨울의 영상을 웃도는 날씨가 반영된 걸까? 개정된 법에 날씨와 도로 사정에 따라라는 전제 조건이 붙은 게 흥미로웠다.
핀란드에선 겨울용 타이어 하면 한국에서 생각하는 마찰력을 높인 겨울용 타이어 (Non-studded winter tires)가 아닌 스파이크 타이어 (Studded tire)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 빙판길에서 스파이크 타이어가 더 유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타이어에 붙어 있는 금속 조각이 도로를 쉽게 마모시키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분진이 문제가 되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스파이크 타이어 사용이 불법이다.
핀란드의 개정된 도로교통법처럼 한국이 날씨와 도로 사정에 따라 겨울용 타이어를 의무화하는 것은 어떨까? 전제 조건에 대한 정의가 애매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고려해 볼만한 주제이다. 한국이 겨울에 시시때때로 한파를 겪는 나라니까 최소한 겨울용 타이어 사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