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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Jun 17. 2021

기회의 땅, 묘도로 오십시오

새로운 일자리와 살기 좋은 환경을 찾고 계시다면 남쪽으로!

다음으로 대통령께서 묘도 개발계획을 발표하시겠습니다.


“취업준비 중이신가요? 새로운 일자리와 살기 좋은 환경을 찾고 계시다면 남쪽으로 눈을 돌려봐 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이후 장기실업자가 늘고 있습니다. 수출 호조로 GDP에는 큰 타격이 없지만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위험 신호입니다.


누군가를 소개할 때 이름 다음에 말하는 것이 직업입니다. 직업은 개인의 존엄, 삶의 목적, 자신감의 바탕이 됩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일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갑니다. 규칙적인 활동과 적당한 과업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데도 중요합니다. 한 사회의 실업률이 올라가면 자살률, 가족해체, 범죄가 늘어납니다. 따라서 일자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건강한 사회의 뒷면에는 좋은 일자리가 있습니다. 일자리의 수와 질을 증진시켜야 하는 이유, 헌법이 노동권을 보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통신기술의 발달과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이 지속되면서 규모의 경제 현상이 두드러지고 플랫폼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소자본 영세 업종의 입지가 좁아지는 동시에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뜻입니다. 경제는 생태계와 같아 한 군데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연쇄 반응이 나타납니다. 수입이 줄면 소비가 줄고, 내수가 침체되면 사회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 흐름을 바꿔야 합니다.


오늘 설명드릴 경라남도 묘도의 친환경 산업단지 구축은 기후변화와 판데믹 상황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탄소배출 제로를 향한 차세대 이차전지 공장과 R&D 센터가 경라남도에 둥지를 틉니다. 정부 차원에서 5년 전부터 준비해왔고 현재 부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전기차 수요 증가에 발맞추어 이미 독일 자동차 3사와 공급 계약을 마쳤고, 선박과 항공, 산업용 에너지 솔루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산업단지 중심으로 주거환경 조성 역시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주택 단지, 대중교통망과 편의시설은 물론 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센터, 학교, 병원 등이 들어서게 됩니다. 현재 여러 분야의 채용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 이 정도 규모의 투자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친환경 산업단지 유치에 40여 개 지자체가 손 들고 나선 가운데 100% 재생에너지 공급, 주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 편의 시설과 해외 진출에 용이한 인프라 구축을 약속한 묘도가 미래 제조업의 거점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묘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이차전지 생산기지가 될 것이며 앞선 기술의 친환경 제품을 공급하게 될 것입니다.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진행 중인 묘도 프로젝트를 위해 중앙 정부도 발 벗고 나섰습니다. 신규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대대적인 묘도 채용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전국 14개 지역을 돌며 채용 설명회를 열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무소를 개설했습니다. 이주자에 대한 지원과 취업 컨설팅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생산직, 엔지니어, 경영, 행정, 유지보수, 세일즈는 물론 다양한 공공 일자리도 늘어날 것입니다. 묘도 친환경 산업단지 프로젝트는 과거 금광을 발견한 것에 견줄만한 일입니다.


묘도의 도전은 묘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묘도를 시작으로 지방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도시로 향하던 젊은이들이 이곳 경라남도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도시와 또 다른 지역의 장점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묘도의 성공이 번져 나라 전체의 균형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묘도로 오십시오. 새로운 기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 멀리 대한민국 남쪽에 친환경기술지구가 조성된다면 나부터라도 지원해볼 생각이지만 아쉽게도 이건 스웨덴 얘기다. 스웨덴 총리, 고용부 장관, 지자체장과 기업 대표의 말을 이리저리 모아 재구성한 것으로 경라남도는 스웨덴의 북쪽 지역 놀란드, 묘도는 과거 탄광이었던 작은 도시 휠레프테오다. 소멸 위기에 놓여있던 스웨덴 북쪽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은 이차전지 회사는 노스볼트(Northvolt), 테슬라 출신 스웨덴인 두 사람이 2016년 창업한 배터리 생산 스타트업이다. 단번에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해 유니콘 기업이 됐다. 지금까지 3조 원이 넘는 투자를 받은 노스볼트는 2030년까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재작년인가 스웨덴의 새로운 백만장자라는 책이 나왔다. 우리가 익히 아는 스웨덴 기업인 H&M이나 테트라팩, 볼보 사이에 스포티파이, 스카이프, 모장AB 등 새로운 기업의 대표들이 백만장자 사이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이렇게 큰 기업이 늘어나고 부가 창출되는데 왜 일자리는 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기업의 목표는 물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지만 좋은 기업은 좋은 사회에서 나온다는 것을 기업인도 정치인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세종시다. 안정된 일자리와 좋은 거주환경이 갖춰지면 출산율도 자연히 올라간다.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세종시 공무원 같은 직장과 이웃 환경이 갖춰진다면  이사 갈 분들 많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것은 묻지마 지원이 아닌 기회다. 대선주자들이 기본소득이니 맞에 안심소득이 좋네하며 미디어를 점령하는 통에 중대재해처벌법, 근로시간 단축 같은 더 급하고 현실적인 주제가 뒤로 밀리는 상황이 속상하다. 누구도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면서 부채는 미래 세대의 몫으로 떠넘기고 기본소득을 주겠다고?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이고, 일자리가 늘면 납세자가 느니 증세 없어도 세수가 는다. 세금으로 생색낼 생각 말고 미래형 일자리 계획으로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요즘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시대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후발주자가 투자금으로 밀어붙이면 성공 못한다. 기본소득 줄 재원이 있다면 매칭펀드 VC를 조성해 찔끔찔끔 대신 통 크게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핀란드의 잘나가는 스타트업 몇몇은 그렇게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요즘 청년들은 스펙 쌓기 때문에 돈을 못 받아도 일하는데,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더 많은 이가 노동시장에 나오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펴야지 않나? 기본소득 받은 건 경력이 안 되지만 무슨 일을 하든 노동은 경력이 된다.


저만 그런가요? 저는 기본소득보다 월급을 받는 게 더 좋습니다. 다만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늘려달란말이오!!!!!



지난밤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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