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중국으로 통한다!?
일대일로는 2013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초대형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이다. 일대일로가 영어로는 One Belt One Road인데요, 하나의 띠, 하나의 길 프로젝트로, 8000km가 넘는 중국과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구상이다. 여기서 띠는 육로, 로는 해로를 말하는데요 중국에서 유럽까지 이 계획에 포함되는 나라만 62개국, 추진 기간은 150년에 달하는 중국의 패권주의 대외국책사업이다.
그런데 딱 듣기에 하나의 벨트, 하나의 길이라는 게 중국 안에서야 가슴이 벅차오르겠지만 다른 나라입장에서는 적잖이 위압적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중국 내에서는 일대일로, 대외적으로는 One을 떼고 Belt and Road Initiative, BRI 또는 B&R이라고 부른다.
과거 실크로드를 철도로 복구해서 중국산시성부터 몽골,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이란, 터키, 우크라이나, 독일로 이어지는 육상 실크로드가 일대(一帶),
일로(一路)가 뜻하는 바닷길은 베이징에서 시작하여 톈진, 칭다오, 상하이, 광저우,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 몰디브, 예멘, 케냐, 탄자니아, 그리스,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이다.
미국의 입김이 약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공고히 해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 중심의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만들겠다는 중국판 마샬플랜이라고도 불린다. 총 49개국을 도로, 철도, 해로로 잇는 것인데 마치 과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가 떠오를 만큼 강력한 패권을 꿈꾸는 중국의 야심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사업이다.
중국이 개최한 BRI 10주년 회담, 대로회담에는 무려 152개국의 대표단이 그중에 정상만 20여 명 참석했는데 그중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범으로 국제형사재판소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 만약 ICC회원국의 영토에 들어가면 해당국은 푸틴을 체포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올 들어 ICC 비회원국에 속하는 키르기스스탄 말고는 러시아 밖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 한편, 중국은 ICC 회원국이 아니라서 참석할 수 있었는데,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친애하는 친구”라 부르며 “우리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다”며 크게 환대를 했다.
BRI를 진행하면서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 일단 돈이 필요하다. 그럼 저개발국가의 경우 국채를 발행하거나 월드뱅크 같은 국제기구에서 돈을 빌리게 되는데 이자가 비싸다. 그리하여 BRI의 주창자인 중국이 투자 형식으로 먼저 공사에 착수하고, 만약 해당 국가가 그 돈을 갚지 못하면 철도와 항만 등의 운용권이나 해당국의 천연자원 개발권을 중국이 가져가는 형식의 계약을 맺는다.
BRI프로젝트로 항만과 도로를 건설한 파키스탄은 불안한 정치상황과 홍수 등 재난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빌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실상 채무불이행으로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정부에 추가로 차관을 요청했다.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 스리랑카는 항구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다. 이집트, 우간다, 캄보디아도 비슷한 상황으로 중국에 주요 자산에 대한 운영·소유권을 넘겼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2022년까지 저개발국 74개국이 갚아야 할 채무 규모 350억 달러(약 43조 1900억 원) 중 40% 이상이 중국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라고 한다. 100년이 넘도록 받아낼 수 있는 엄청난 채권자.
BRI의 애초 기획대로 상생하는 나라가 있을까?
아님 부채의 늪에 빠지거나, 자원 운영권을 중국에 넘기거나...결국 국가적 비극으로 마치게 될까.
하필 어려운 나라만 골라서...국제사회도 약자에게 가혹한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