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비 오는 날을 싫어했다. 비 오면 못 노니까. 배고플 때까지 뛰어노는 게 일이었는데.
그나마 비 오는 날이면 엄마가 부침개를 부쳐주셔서 창밖으로 후두득 떨어지는 빗소리 들으며 가장자리 바삭한 부침개 먹으면서 책 보는 재미로 나를 달랬다.
커서는 비 오는 날도 출근을 해야 되니 나름 고안해 낸 방법이 예쁜 우산을 쓰는 것. 환한 색 예쁜 모양 우산을 새로 사면 그 싫던 비가 기다려지기도 했다.
눈이 오는 날은 어지간하면 그냥 모자를 쓰고 걷는데, 코트를 입은 날은 우산을 챙긴다. 5천 원짜리 편의점 비닐우산. 비닐 위로 쌓이는 눈의 결정을 보려고.
나풀나풀 내려와 우산 위에 앉는 눈송이
꽃 같고 보석 같은 육각형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