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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Oct 11. 2017

나치는 어떻게 존속할 수 있었나?

피터 드러커가 분석한 악을 떠받치는 세 가지 부류의 인간

나치는 어떻게 존속할 수 있었을까? 

이성을 가진 인간이 어떻게 나치를 추종하게 된 걸까?


경영학의 대부로 유명한 미국의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스스로를 사회생태학자로 정의했다. "피터 트러커의 ㅇㅇㅇ"으로 시작하는 경영학과 마케팅 서적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초기작을 보면 사회생태학적 분야의 책도 제법 있다. 그는 2차 세계 대전 발발 직전 나치를 피해 오스트리아에서 영국으로 옮겨간 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자서전 <방관자의 모험Adventures of a Bystander>을 통해 체험담을 털어놓으며 히틀러와 나치로 탄생한 악의 번성을 도와준 세 가지  부류의 인간을 언급했다.


첫째 부류: 출세주의자

첫 번째 사람은 드러커가 독일에 있을 적 근무하던 신문사에 함께 일하던 기자다. 그의 아내는 유태인이었음에도 출세를 위해 나치에 가담해 히틀러 친위대 부대장까지 되었다. 유대인과 장애인을 학살했다. 그가 나치에 가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능력으로 봐서 신문사에 오래 있어봐야 출세할 것 같지도 않고, 외국에 나가자니 어학도 능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가난하게 사는 것은 싫으니 무지한 자들의 집단인 나치스에 가담해 한몫 볼 수밖에." 

그는 패전 후 자살했다.


둘째 부류: 선한 의지의 과대 망상가

두 번째 사람은 베를린 유명 신문사의 미국 특파원이었다. 당시에 이미 언론계의 유명인사로 미국과 독일 양쪽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히틀러는 나치당 집권 후 친정부 신문사의 책임자로 그를 초청했다. 드러커는 그가 히틀러의 초청을 받아들여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길에 들른 런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독일에 가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히틀러는 정권 유지를 위해 경제건설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미국의 차관이 필요하다. 차관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나의 영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히틀러가 내 말은 들을 것이다. 범을 잡기 위해 범의 굴로 들어가 히틀러의 독재를 막겠다."


처음에 그는 엄청난 환대를 받았으나 이용가치가 다하자 버림받았다. 2년이 지난 이후 그의 소식을 아는 이가 없었다.


셋째 부류: 양심이 있으나 악에 대해 침묵한 사람

드러커가 독일에서 강사로 있던 대학의 저명한 교수가 세번 째 부류의 사람이다. 그는 학계에 명성이 자자한 학자로 히틀러와 나치에게 비판적인 인물이었다. 평소에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후 장학관이 학교에 왔다. 나치에게 비판적인 학풍을 비판하며 이 자리에서 할 말 있으면 하라고 했다. 평소 그 교수의 반 나치 언행을 잘 알던 동료들은 그가 무슨 말이라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나서서 한 말은 이렇다.


"내가 속한 인류학부 예산이 적으니 선처해주시오."


그를 경계 대상 1호로 여기던 나치는 그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주었다.


드러커가 결론을 내리길,

나치가 독일에서 정권을 유지하며 그렇게 행악할 수 있었던 데는 세 부류의 공헌이 있었다.


첫째, 출세주의자

둘째, 선의의 과대망상가

셋째, 양심이 있으나 악에 대해 침묵한 사람. 


그중에서도 세 번째의 공헌이 가장 크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런 부류는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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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서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따로 적어놓은 내용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했다.


북유럽연구소 소장 @북극여우 입니다.

노르웨이, 한국, 스웨덴에서 공부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다 뜻을 품고 유학길에 올라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교에서 지속 가능 발전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만학도로 없는 기력을 발휘해 재학 중 웁살라 대학교 대표로 세계 학생환경총회에 참가했으며 웁살라 지속 가능 발전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스웨덴에 있는 동안 모 일간지 북유럽 통신원으로 일했습니다. 현재 북유럽 관련 연구와 기고, 강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북유럽, 지속 가능성, 양극화, 사회 통합, 복지국가, 자살, 예술, 철학 etc. 저서로는『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 『북유럽 비즈니스 산책』,『지도자들』,『라곰』(번역)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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