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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Jan 29. 2018

사랑에 빠지는 거, 난 반댈세!

우리 사회는 사랑을 과소비 하고 있다

언젠가 친구가 물었다.

 

왜 가요는 온통 사랑노래인 거야? 

사랑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있다고! 드라마도 온통 사랑사랑 연애연애! 

도대체 의학 드라마 법정 드라마에 왜 사랑얘기가 자꾸 끼어들어서 줄거리를 방해해!? 동료들끼리 왜 자꾸 반하는데!! 현실에서 그런 일 진짜 없거든!!

 

하하하 사랑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부지. 사랑 노래 아닌게 있던가? 아닌 것 중에 뭐 좋은 거 있음 대봐!

…달팽이?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얼마나 좋아. 서정적이고. 공감가고.

푸하하하 맞아.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우리 사회는 사랑을 과소비하고 있어. 사랑이 다인 것처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비정상에 마치 문제나 결함이 있는 사람인 것처럼.

 


인생에는 추구할 만한 여러가지 가치가 있다. 사랑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사랑이 꼭 연인 사이에만 존재하는 감정이란 법은 없다. 물론 에로스 감정의 사랑에 빠진 그 때가 여러 상태 중에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무언가 임에는 분명하지만.

 

눈만 마주치면 사랑에 빠지는 축복받은 사람 말고, 대부분은

사랑이란 뭘까, 그게 사랑일까, 사랑이었을까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사랑이 뭐 별거겠어?’ 하면서 때가 되면 누구를 만나고 사귀고 결혼하고…그.냥. 그.렇.게…사는 거겠지? 


사랑에 빠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안다. 

어쩌면 사랑은 의지인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사랑하겠다. 

내 감정이나 감각이 무뎌져 처음만큼 애틋한 마음이 옅여지는 순간에도 너를 사랑하겠다. 

내 의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방식대로 친절하고, 다정하고, 관대하게. 

사랑을 잘 하는가와는 별개로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누구나 알고있으니까. 

마치 DNA에 새겨있는 것처럼.


사랑을 의지로 실행한다는 건 좀 덜 낭만적이긴 하기만 만약 그렇게 굳은 결의로(?!) 사랑하듯 대하다 보면, 사랑이 더 견고해질수도. 

 

어디선가 Give love a chance. 사랑에 기회를 주라…는 말을 보았다. 만약 사랑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사랑은 어떤 외부의 힘인가?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어떤 것? 내가 대항하거나 수용하기로 결정할 수 있는 어떤 에너지? 

 

어쩌면 사랑은 갑자기 빠지거나 스스로 싹트거나 하는 게 아니라, 이루어 가는 무언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참고 온유하며 바라고 믿고 견뎌내는, 

거기에 더해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의 상태는 

첫눈에 반해서 이뤄지긴 어려울 테지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가치를 투영한다.

이런 상태를 향해 함께 노력해 가면서 사랑을 이뤄가는 거 아닐까.

 

차라리 나 같은 사람에겐 사랑이 오랜 과정을 거쳐 이뤄가는 것일 때 사랑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사랑에 빠지다니. 

난 균형감각이 발달해서 잘 넘어지지도 않는걸. 사랑은 커녕 비오는 날 물 웅덩이에도 안빠진다고. 

하지만 사랑이 노력해서 이뤄가는 거라면, 자신 있다. 


난 쉽게 반하지도 않지만 쉽게 변하지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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