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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Dec 05. 2018

스웨덴, 현금 없는 사회 실험장

소장님 바쁜 틈타 옆 나라 뉴스를 탐했다 by TJi

제목 배경 사진 출처: Pixabay


편집자 주. 스웨덴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카드 결제가 절대다수에 현금 사용 비율이 매우 낮은 나라 중 하나다. 스웨덴의 경우 이미 전자상거래의 75%가 카드로 이뤄지고, GDP의2%만이 현금으로 거래되어 은행털이가 은행에 가도 현금이 없어 허탕을 친다는 수준이다. 스웨덴 정부가 카드사용을 권장하는 이유는 탈세를 막기 위해서. 한국이 카드 사용을 주로 하는 이유는 아마도 편리해서? 한국 몇몇 잠포에서 현금으로 구매하면 할인해준다거나, 현금결제만 가능하다는 표지를 내건 곳이 많은데 스웨덴에서 그랬다간 항의와 불매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신고당할 것이다. 복지국가의 근본이 철저한 과세와 납세이기 때문에 탈세는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중죄다.



카드 결제가 용이했던 스웨덴, 현금이 필요했던 독일


10여 년 전 스톡홀름에 놀러 갔을 때 현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현지에서 일정 금액의 스웨덴 크로나를 인출했다. 북유럽 전역에서 영업을 하는 나의 거래 은행은 수수료 없이 현지에서 해당 통화로 인출이 가능해서 따로 환전을 하지는 않았다. 거의 모든 곳에서 소액도 카드 결제가 가능한 북유럽의 문화 덕택에 인출한 현금은 거의 쓰지 않고 헬싱키로 돌아왔다. 여행지에 언젠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한번 바꾼 돈은 재환전하지 않는 버릇 덕에 그때 인출했던 현금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물론, 그 후에도 스톡홀름을 방문했지만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버릇 덕택에 여전히 그때 인출한 현금의 일부는 내 수중에 남아 있다.


이와는 달리, 7년 전 독일 출장을 가는 나에게 어느 동료는 현금을 좀 넉넉히 가지고 가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물론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사실 그 뒤로 공항 경유를 제외하고 독일에 가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때는 모든 택시에서 카드 결제가 되는 핀란드와 달리 택시 요금을 카드로 지불하려면, 택시를 부를 때 미리 카드 결제가 가능한 택시를 보내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레스토랑에서도 주로 현금을 사용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 이후로 핀란드에서 북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갈 때는 현금의 필요 여부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e-krona' 실험, 현금 없는 사회 실험장으로써의 스웨덴


스웨덴이 현금 없는 사회로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웨덴 중앙은행(Riksbank)은 디지털 화폐인 ‘e-krona’의 시험 도입을 결정했다.[1] 이미 현재에도 현금 거래가 최소인 국가 중 하나인 데다가 유로존이지만 유로가 아닌 자국 통화를 고집하는 나라이니 실행이 용이할 것이다. 현금 사용을 꺼려하게 만든 2000년 대 빈번한 은행강도 사건과 버스 요금을 목표로 한 강도 사건 등도 변화를 거들었다. 변화를 재촉하는 하나의 흥미로운 현상은 현금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카드나 모바일 페이를 넘어서는 마이크로칩 사용의 증가이다. 스웨덴에는 현재 기차표나 생필품 구매 또는 회사 출입이 간편하도록 마이크로칩을 손에 삽입한 사람이 4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생활 보호라는 명목 하에 CCTV 설치를 꺼려한다는 사회가, 같은 이유로 한림원의 미투 사건 관련해 외국 언론이 이미 실명을 공개한 상황에서도 실명 언급을 회피하던 언론을 가진 나라가 디스토피아를 연상케 하는 마이크로칩 생체 이식에는 적극적인 현실이 매우 모순적이다. 반면에 정보 공개에 적극적인 정부로 개개인의 소득이 공개되는 사회라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되는 현실이다. 작은 나라이기에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고, 기술 변화에 긍정적인 사회적 태도가 스웨덴을 현금 없는 사회의 실험장으로 세계가 주목하도록 이끈 게 아닐까 한다.

스톡홀름의 숨겨진 관광명소 Järnpojke에서 동전이 없어질 날이 멀지 않은 것은 아닐까?, 사진 출처: Pixabay




1. https://www.riksbank.se/globalassets/media/tal/engelska/ingves/2018/the-e-krona-and-the-payments-of-the-futur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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