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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Mar 29. 2019

16세.환경운동가.아스퍼거 증후군

학교 빠지고 노벨상 후보에 오르다, 그레타 툰베리

2019년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열여섯 살 그레타 툰베리 Greta Thunberg를 아시나요?

다보스 포럼에 연사로 나선데 EU 의회 연설, 프란시스 교황과의 면담에 이어 타임지 올해에 인물로 꼽혔다는 소식까지 들렸지요. 그레타 툰베리의 지난 1년은 따로 정리 했으니 참고하세요! 


기후를 위한 학생 파업! skolstrejk för klimatet!

삐삐처럼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그레타는 2018년 9월 스웨덴 총선이 있기 전부터 매주 금요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얼음이 꽁꽁 언 날도 학교를 빠지고 의회 돌계단에 앉아 스웨덴이 기후변화에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시위를 해왔습니다.


정치인들이 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때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미래세대다.
그리고 어른인 당신들의 노력은 한참 부족하다


그레타는 국회 앞에 앉아 동참을 약속한 의원의 명단을 수첩에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UN 기후변화 총회에 초대받아 연설을 하기도 했지요. 그레타의 노력은 세계로 번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운동이 되었고 지난 3월 15일에는 ‘미래를 위한 기후 파업’ 등교 거부 때 120여 개 나라에서 160만 명 이상이 학교를 빠지고 거리에 나와 환경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촉구했지요.


아홉 살 때부터 7년째 기후변화에 대해 연구하며 온갖 수치를 외우고 있는 그레타는 어렸을 때 자폐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소개할 때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해요.



아스퍼거? 오타쿠?

아스퍼거 증후군은 발달장애의 일종입니다. 신경정신 질환으로 보기도 하고요.

지적인 발달과는 큰 상관이 없지만 사교성이 없어요. 상대방과의 관계 맺기, 교감, 공감이 부족한 자폐의 일종으로 눈 맞춤이나 자연스런 스킨십을 어색해하기도 하지요. 타인과의 소통을 안 한다기 보다는 배려가 없어(공감력이 부족하니 배려가 어렵지요)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가 있으면 다른 사람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몇 시간이고 말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그레타 툰베리처럼 특정 주제가 강한 집착을 보이는 거에요. 그 주제에 있어서만은 모든 정보를 줄줄이 꿰는 식이지요. 요즘 말로 ‘오타쿠’와도 비슷해요.


아스퍼거는 오스트리아의 소아정신과 의사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의 이름을 딴 것으로, 아스퍼거 박사는 1944년 4명의 남자 어린이가 지적 능력과 언어 발달은 정상인데 자폐증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증상을 발표했습니다. 특정 주제에 몰입해 그 분야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보였지만 사회성과 사교성이 결여되어 서투르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공통점을 보였지요.


스웨덴 소설 <밀레니엄>의 주인공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더가 아스퍼거였지요. 리스베트도 천재에 가까운 두뇌를 지녔지만 누군가에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거든요.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형제로 나오는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은 어떤 수를 던져주어도 바로 계산을 했는데 이 경우는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네요. 서번트 증후군은 뇌기능 장애가 있지만 뇌의 특정 영역이 고도로 발달해 천재성을 띠는 경우라고.


그래서인지, 그레타의 인터뷰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전 세상을 좀 다르게 봐요. 저한테는 특별한 관심사가 있거든요. 자폐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흔한 일이에요. 스웨덴은 여러 제도를 도입했지만 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해요. 불이 났다고 외치지만 말고 불이 난 것 처럼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아홉살 무렵 그레타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기후변화에 대해 알려줄 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우울증에 거릴 정도였고 이후 나부터라도 노력을 해야 겠다며 채식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스위스 다보스에 갈 때도, 교황님을 만나러 갈 때도 하루 꼬박 기차를 타고 갔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는 배를 타고 갔습니다.


오늘의 그레타가 있기까지는 그레타의 신념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감싸준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레타가 워낙 완강해 그레타의 가족 역시 채식으로 전향했고, 전기차를 이용하며 휴가 때도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왕립음악회 회원이자 2009년 유로비전에서 스웨덴 대표했던 오페라 가수인 엄마 말레나 에르만MalenaErnman도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공연은 가지 않고, 작가이자 배우인 아빠 스반테 툰베리Svante Thunberg는 이제 그레타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지금도 금요일마다 계단에 나와 시위하는 그레타에게 사람들이 샌드위치며 쿠키를 가져다준다고 해요. 늘 정해진 일정, 정해진 음식을 먹는 그레타가 요즘은 조금씩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고 있다네요.


미래를 위한 그레타의 노력도 대견하지만, 그레타 개인의 변화가 무척 반가웠어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사진은 2018년 12월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연설 중인 그레타 캡쳐 @Connect4Cli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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