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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유럽연구소 Sep 21. 2019

그레타 툰베리, 평범한 학생에서 노벨평화상 후보까지++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 16세 환경운동가의 숨 가쁜 일 년. 업데이티드.

사진 설명: 워싱턴에서 열린 환경 행사장. 그레타 툰베리를 촬영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플래시를 터트리자 한 소년이 그레타 앞을 막아섰다. 이를 본 툰베리가 미소를 짓고 있다. @가디언 동영상 캡처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었다고 했던가?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환경운동가,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그랬다. 지난 1년 평범한 학생에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그레타 툰베리의 삶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달라졌다. 그레타 툰베리의 1년을 따라가 보았다.


2018년 8월 20일, 시작

그러니까 스웨덴의 총선이 있기 20일 전부터 툰베리는 학교를 빠지고 국회 앞 계단에 서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일 나왔는데 의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행동을 시작하기로 약속할테니 학교를 가라고 설득을 했고 그레타는 매주 금요일에만 나오는 걸로 타협을 봤다.


아홉살 무렵 그레타는 학교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처음 배웠다. 그레타는 선생님에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그레타는 우울증과 섭식장애를 앓았고, 나부터라도 노력을 해야겠다며 채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레타는 이후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여 온갖 수치를 다 외우고 다닐 정도였다. 그레타는 스스로 소개할 때 아스퍼거라고 하는데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성상 사회성이 부족한 대신 한 분야에 뛰어난 집중력을 보인다.  



시위를 시작한 지 한 달 무렵, 미디어에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레타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Friday for Future'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학교 학생들과 캠페인을 조직해 매주 금요일마다 국회를 찾기 시작했다.  


세 달이 되자 24개국의 17,000여 명의 학생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 캠페인에 참여해 학생 파업에 들어갔다. 캠페인은 가까운 유럽부터 브라질과 미국까지 번졌다. 그레타는 UN 기후환경 회담 등 여러 국제 행사에 연사로 초대받기 시작했다. 물론 이산화탄소를 대량 뿜어내는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타고 갔다.  12월에는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 2019년 1월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연단에 서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행동을 주문했다.


2019년 3월 15일, 세계로 확산

전 세계 학생들의 기후변화 행동 행진 Youth For Climte에는 135개국의 학생 200만 명 이상이 등교거부를 하며 거리에 나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그 무렵 그레타 툰베리가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르웨이의 사회당 소속 한 의원이 AFP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를 멈추지 않으면 전쟁과 난민 문제가 가속될 것이며 그레타가 시작한 대중운동이 평화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평가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밝혔다.


2019년 5월 27일, 타임

그레타 툰베리는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그레타는 "이제 세계를 향해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9년 5월 27일 타임지 표지. 차세대 리더 특집


2019년 8월 14일, 배를타고 미국으로

툰베리는 유엔 기후 정상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재생에너지로 구동하는 요트를 타고 2주에 걸려 항해해 갔다. 한국의 한 언론사에서 그레타 툰베리를 초대하기 위해 접촉했지만 비행기를 타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 여행은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한 TV쇼에서 사회자가 스웨덴과 미국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느끼는 것이 다르냐고 묻자 그레타는 스웨덴에서는 기후변화가 사실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는데 반해 미국에서는 기후변화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로 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은 환경 문제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고 사회적 관심도 높다. 따라서 각 정당에서도 선거때마다 이를 주요 의제로 들고 나온다. 과학자들의 설명과는 달리 그레타의 메시지는 단순하고 진심을 담고 있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 같다.


툰베리의 영향력이 커지자 프랑스의 극우정당 의원은 툰베리가 '지구 종말의 권위자'라며 툰베리의 연설을 보이콧했고, 호주의 한 신문을 '심히 거슬리는 구원자'라는 칼럼으로 조롱하기도 했다. 툰베리가 미국까지 타고 간 배에 일회용 병이 있다거나, 나머지 선원들은 비행기로 귀국했다며 비꼬는 이도 있었다.


그레타는 이런 반응에 대해 "이런 증오와 음모야 말로 심히 거슬리는 일"이라며 지금 지구는 비상상황이며 이에 걸맞은 대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2019년 9월 23일, UN 연설과 대안노벨상 수상

9월 16일 그레타와 ‘프라이데이즈 포 퓨처’(Fridays for Future) 운동이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양심대사상Ambassador of Conscience Award ’을 받았다. 양심대사상은 앰네스티가 주는 최고의 상이다.  워싱턴에서 벌어진 시상식에서 그레타는  "행동이 답이다. 지금부터 행동하자. 아무리 작은 존재라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는 마치 연극을 하는 것 같은 격정의 발언으로 전 세계 리더를 꾸짖으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https://youtu.be/AY_S7n3jkkU

 

난 여기 있어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나는 바다 건너 저쪽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야 한다. 당신들은 공허한 말로 내 꿈과 어린시절을 앗아갔다. 그런데도 나는 개중 나은 편이다.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죽어가고 있다. 생태계는 붕괴하고 거대한 멸종의 과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신들이 말하는 것은 온통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뿐이다.



그레타의 유엔 연설후 (그레타의 연설 전에 이미 퇴장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행복한 어린 소녀같았다. 만나서 반갑”이라고 썼다. 그레타는 트럼프의 조롱섞인 문구 그대로 빌어와 자신의 트위터 소개글을 바꿨다. "그레타 툰베리.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행복한 어린 소녀". 폭스 뉴스의 한 패널은 "정신적으로 아픈 스웨덴 아이"라고 말했고 폭스는 그 발언에 대해 바로 사과했다.

https://t.co/1tQG6QcVKO



유엔에서 발언한 직후 그레타가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퍼졌다. "과학적 사실을 반영해 다급한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정치적 주문을 고무하고 확대한" 공로다. 그레타 이외에 서사하라 지역 인권운동가와 중국의 여성인권변호사, 브라질 아마존의 환경운동가가 수상했다.  


이름은 좀 유치하지만 바른생활상은 노벨재단이 환경과 국제개발 분야 수상자를 추가해 달라는 제안을 거절하자 1980년 독일계 스웨덴 사업가 야코프 폰 윅스쿨이 그 대안으로 제정한 상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위키리크스의 창시자 에드워드 스노든과 케냐의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가 있다. 상금은 1백만 스웨덴화(약 1억2355만원)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창대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레타를 중심으로 생긴 '미래를 위한 십대 Teens for Future'부터 '미래를 위한 할머니할아버지 Grandparents for Future', 미래를 위한 성직자 Preachers for Future'등의 시위 모임이 생겼다. 그레타가 학교에 빠지고 시위를 시작한지 1년이 조금 지난 현재까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시위 참가자는 170여 개국 400만 명에 이른다.



2019년 9월 30일, 단상

그레타를 조사하면서 계속 맴도는 생각이 하나 있다. 만약 그레타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아스퍼거 증후군 청소년이 학교를 빠지고 국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 시위를 했다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레타 같은 아이가 같은 반 친구들에게 학교를 빠지고 국회 앞에 가서 시위를 하자고 했다면 따라나서는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UN 총회 발언 이후 스웨덴 청소년들은 그레타가 자기들의 의견을 속시원히 대변해 주었다며 들뜬 듯 보였다.


또 하나, 오늘의 그레타가 있기까지는 그레타의 신념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감싸준 가족이 있었다. 그레타가 워낙 완강해 그레타의 가족 역시 채식으로 전향했고, 평소에는 자전거 꼭 필요하면 전기차를 이용하며 휴가 때도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한다. 왕립음악회 회원이자 2009년 유로비전에서 스웨덴 대표했던 오페라 가수인 엄마 말레나 에르만MalenaErnman도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공연은 가지 않고, 작가이자 배우인 아빠 스반테 툰베리Svante Thunberg는 이제 그레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그레타의 부모는 말하길 그레타의 집중력은 그레타가 아스퍼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오히려 그레타에게는 축복이라고 한다. 그레타 역시 말했다 “아스퍼거는 초능력”이라고. 사랑은 아픔을 축복으로, 연약함을 초능력으로 바꿔줄만큼 강하고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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