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아직 전해지지 않은 따끈한 핀란드 소식 by TJi
제목 배경 사진: 개관일 헬싱키 중앙 도서관, 오오디 3층 열람실 풍경. 개관일이라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음 날 독립기념일에는 사림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Oodi의 건축 디자인은 ALA Architects가 맡았다. ALA Architects는 2013년 중앙 도서관을 위한 공개 국제 건축 공모전에서 544개의 익명의 응모자 중 선정되었다.
주말은 TJi에게는 공식적으로는 부모로서 아이와 함께하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그러나 그 내면을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시간인지라, 아이 없이 자신만 보살피던 시절 싫어하던 월요일이 내심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올 12월 헬싱키는 기온이 영상을 왔다 갔다 하는 다소 온화한 날씨로 인해 눈이 쌓이지 않아 우울한 회색빛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17일 눈이 이쁘게 쌓여 하얀 세상이 되었다! 다행이다!) 추워도 일정 시간 아이를 밖에서 놀게 하는 나라라서 아이에게는 추운 날씨의 야외활동이 익숙하지만, TJi에게 춥고 고된 관계로 주말은 주로 장보기 외출로 아이의 하루 외출을 때우곤 한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은 색다른 곳을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 헬싱키 깜깜한 겨울,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오오디 (Oodi)!
오오디는 영어로는 'Ode'로 한국말로는 '헌시'라고 해석된다. 핀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 프로젝트인 헬싱키 중앙 도서관 오오디는 101주년 독립기념일(2018년 12월 6일)과 전날 이틀에 걸쳐 개관식 행사를 하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아직 완벽하게 완공되지 않았지만, 자랑스러운 공공도서관 문화를 가진 나라로써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함이 전혀 없다. 오오디는 국회의사당, Musiikkitalo (헬싱키 음악 센터), 핀란디아 홀, 중앙역, Kiasma (현대미술관) 등으로 연결되는 헬싱키 시내의 문화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 옆으로는 호수로 착각하기 쉬운 뙤욀외만 (뙤욀왼라흐띠, Töölönlahti)이 위치해 있어 도심 속 진정한 휴식의 장소로 부족함이 없다.
도서관 하면 책이 많이 있는 조용한 장소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핀란드의 도서관은 차분하지만 이웃이나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책과 놀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핀란드 도서관에서는 책뿐만이 아니라, 영화 DVD나 블루레이, 음악 CD, 각종 보드 게임, 축구공, 농구공 등을 빌릴 수 있으며, 재봉틀, 3D 프린팅, 녹음실, 음악연습실, 회의실 등 취미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웬만한 요소들이 구비되어있다. 그렇지만 모든 도서관들이 앞서 언급한 어마어마한 시설을 다 갖추고 있지는 않다. 헬싱키의 경우 헬싱키, 에스뽀오, 반따아에 있는 도서관들이 서로 연계되어 있어, 하나의 도서관 카드로 지역 내의 모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가까운 도서관의 모자람을 지역 내 다른 도서관이 채워줄 수 있다. 다양한 시설을 갖춘 도서관이 헬싱키 옆인 에스뽀오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오디의 개관이 그 아쉬움을 다 지워버렸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애용하지 않아서 아쉬움을 그다지 느끼지 않았지만, 왠지 오오디는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종종 사람을 만나거나 잠시 쉬기 위해 부담 없이 방문할 것 같다. TJi는 도서관에는 자주 가지 않지만, 헬싱키 도서관 서비스를 무척 애용하고 있다. 주로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오디오북을 모바일 앱으로 대여하여 듣는다. 영어로 쓰인 책만 보는 TJi는 도서관에서 읽을 영어 책을 찾는 게 일이기도 하고 도서관마다 보유하고 있는 책도 다르기 때문에 도서관 웹사이트에서 책을 찾아서 도서 대출 주문을 해서 가까운 도서관으로 원하는 책을 받아서 빌려본다. 영화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빌려보곤 한다. 물론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다.
핀란드의 도서관은 도서관 법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 도서관은 핀란드를 높은 열독률과 교육 강국으로 이끈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재정적인 이유로 다른 선진국들이 도서관의 재정을 대폭 삭감하는 추세와는 반대로 핀란드 헬싱키는 약 1억 유로 (약 1조 284억 6200만 원)의 자금을 투자하여 헬싱키 중앙 도서관 오오디를 건립하여 헬싱키 시민은 물론 관광객에게 사랑받을 명소를 탄생시켰다. 디자인 강국인 핀란드답게 오오디는 건축 디자인뿐 아니라 서비스 디자인적인 접근을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도서관이다.
오오디 1층에는 카페, 레스토랑, 책 반납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곳, 영화관, 행사를 할 수 있는 다용도 홀 등이 있다. 2층은 스튜디오, 편집실, 사진과 비디오 스튜디오, 연주실, 드럼이 있는 방, 소규모 모임을 위한 방, 3D 스캐너, 레이저 커터, 스티커 프린터, 재봉틀 등 취미 생활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2층은 7일부터 27일까지 시설 정비 중이다. 3층은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곡선을 품고 있는 천장 아래 열람실, 카페,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물론 주변 전망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면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춥고 깜깜한 핀란드의 겨울과는 대조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잔잔히 뽐내고 있다. 앞으로 헬싱키를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오오디 3층에서 찰나의 유유자적을 즐겨보기를 권하고 싶다.
지난 토요일 (15일) 아이와 함께 간 오오디는 사람들로 붐볐다. TJi는 개관 첫날 (5일)에에 살짝 다녀왔던지라, 아이와 함께 바로 3층으로 향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 일단 아이를 내려놓고 유모차를 창문 쪽에 주차하고 돌아오는 동안 아이는 이미 신나게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는 바닥에 신발을 벗고 놀 수 있도록 커다란 카펫이 깔려있고, 아이들의 가지고 놀 수 있는 큼직하고 살짝 푹신한 폼 블록이 놓여 있었다. 몇몇 블록은 말 모양은 아니지만 유아가 흔들 목마로 탈 수 있는 형태였다. 카펫 중앙에는 푹신한 동그란 의자 세 개가 놓여있어 아이들이 의자 위를 건너 다니며 놀고 있었다. TJi는 아이를 쫓아다니지 않고 카펫을 둘러싸고 있는 의자에 앉아 간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아이는 신나게 놀고 난 뒤 스스로 집에 가자고 말했지만, 넘치는 호기심으로 이곳저곳을 더 체험하고 싶어 해 달래서 데려오는 일이 생각보다 쉬우면서도 어려웠다. 아이는 맘껏 놀아서 집에 갈만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쉬워하는 듯했다. 결국 다음에 또 오자는 약속을 하고서야 스스로 유모차에 올라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