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궁전으로

by Berg

아주 오래 전에 내가 살던 집을 아직도 기억한다.
큰길가에 있었음에도 담벼락으로 막혀 니은자처럼 뻗은 그 담길을 따라 걸어야 했다.
담이 끝나는 길목에서 왼편으로 꺾어지면 관리가 잘 안 되는 공터가 나왔다.
키가 큰 잡초들 덕에 길고양이들의 은신처로 딱 맞았는지 그곳엔 늘 고양이들이 많았다.


"도둑고양이들"에게 혹독하던 시절이었다.
그들에겐 오로지 생존만이 유일하고 절실한 목표였을 텐데,
모진 말은 못 알아들었을지언정 쏟아지는 차가운 눈빛마저 몰랐을 리는 없었다.

걸음이 느린 노인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고양이에게 역정을 내며 지팡이를 휘두르기도 했고,
구석이 찢어진 쓰레기봉투는 적대감을 더욱 부추길 뿐이었다.
한밤중, 돌림노래처럼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도 소름 끼치고
밤이면 초승달처럼 노란 불이 켜지는 두 눈도 재수가 없다고 했다.


나도 저녁마다 그 길을 걷고 공터를 지나 집으로 갔다.
가로등은 환했지만 나는 언제나 그 빛의 바깥에 있다고 느끼던 시절이었다.
한숨에 꺾이는 고개를 다시 들지 못하고
담벼락에 선 나의 그림자조차 싫어 등으로 한참을 깔아뭉개며 그 길에 머물렀었다.


그리고 어떤 날, 그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어둠이 삼킨 내 앞을 유유히 지나갔다.
꼿꼿이 세운 아이의 꼬리 아래로 달항아리처럼 우아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하얀 무늬가 있었다.
뒷발로 앞발이 디딘 그곳을 밟고, 또 밟고, 앞만 보고 천천히 걸었다.
오늘 하루도 도망치고 싸우고 허기에 울부짖어야 했던 시간을 버티고,
무엇도 위험할 것 없는 세상에 있는 것처럼 돌아갈 궁전이 있는 왕처럼.


한평생 자기연민과 싸워야 했던 나에게 자꾸 떠오르는 그날의 잔상.
달의 궁전으로 향하던 네 개의 발자국이 아직도 마음에 찍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