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낙서
뱀의 혀를 가진 자들이 있다.
갈라진 혀끝이 죄악을 탐한다.
순간의 쾌락과 자신의 정욕을 위해 약해 보이는 미운 놈의 목덜미를 칵 물어 버린다.
피가 콸콸 흐르고 정신이 아득해져 바닥에 누워 가쁜 숨을 헐떡여도 뱀들은 교활한 눈동자만 데굴거릴 뿐이다.
금단의 열매로 여자를 꾀어낼 지략도
서로 몸통을 꼬아 우주를 만들어낼 배포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잔꾀와 모략만 남은 뱀의 혀로 싸구려 독을 퍼뜨릴 뿐이다.
그러나,
독사가 우글거리는 숲으로 향한 것도
보암직도 먹음직도 한 목덜미를 기꺼이 내어준 것도
그리고 어쩌면 물지 않으리라 믿은 것도
모두 나였다.
그러니,
탓할 것도 없다.
그저 마음에 깊이 남은 오래된 독이 천천히 퍼져 나갈 동안
스스로 고독할 밖에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