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Customer Experience) Specialist를 향해서
이전 글(Self Service와 Customer Support)에서 셀프서비스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헬프센터 다음으로 챗봇을 개선했었다고 했다. 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인적 자원을 활용한 채팅 상담이 아니라 AI 챗봇을 사용한다. 챗봇은 대기 시간이 없고, 365일 24시간 언제든 고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므로 고객에게 더 빠른 해결과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지금 회사도 이전에는 상담사가 실시간 채팅 상담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굳이 상담사가 응대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 반복 문의였다. 그러니 챗봇을 이용해 단순 문의를 처리하고, 채팅 상담사를 전화나 1:1 문의로 유입되는 복잡한 문의를 해결하는 데 투입하는 것이 인력 운영이나 고객 경험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하에 챗봇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체적인 채팅 시스템을 개발해서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재 회사에서는 '채널톡'이라는 채팅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채널톡에서는 챗봇을 '서포트봇'이라고 하는데, 상담원 연결 없이 고객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을 자동응답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이다.
AI 챗봇과 다른 점은 AI 챗봇은 고객이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답변을 해주지만 채널톡의 서포트봇은 설정된 시나리오로만 작동이 가능하여 고객이 질문을 선택하면 해당 질문에 작성된 시나리오가 답변되는 형식인 것이다(채널톡은 이를 ARS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당시에 회사 홈페이지 내 운영되고 있던 서포트봇을 살펴보니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고객이 시작페이지에서 원하는 질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시작페이지에 1. 배송 문의 2. 상품 문의 3. 회원 문의 4. 기타 문의가 있다면 기타 문의의 클릭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둘째, 이탈률이 종료율보다 훨씬 높았다. 셋째, 페이지별 고객의 니즈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개선하는 게 헬프센터 이후 내 목표가 되었다. 문제점은 파악했으니 이제 해결책을 찾을 차례였다.
1단계 : 자주 하는 질문 찾기
첫 번째로 서포트봇에서 자주 선택하는 질문이 무엇인가를 확인한 뒤에 서포트봇에서 자주 선택하는 질문과 전화, 1:1 문의로 자주 하는 질문을 조합하여 시작페이지를 재구성하였다.
2단계 : 단계 최소화하기
두 번째로 단계를 최소화했다. 자주 선택하는 질문들로 서포트봇을 구성하니 많은 단계가 필요치 않았다. 이탈률이 종료율보다 높았던 이유는 단계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배송 문의를 클릭했을 때 답변이 되지 않고 또 다른 선택지가 나오고, 거기서 또 선택하면 또 다른 선택지가 나오는데 이 단계가 길게는 7단계까지 있었다. 이탈률을 보면 2단계에서 이미 고객의 25%가 이탈하고, 3단계에서는 그 2배인 50%가 이탈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 3단계 내에서 질문 선택과 답변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3단계 : 페이지별로 다른 서포트봇 운영하기
세 번째로 페이지별로 다른 서포트봇을 만들었다. 사이트 내 페이지별로 고객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메인페이지에서는 사이트 이용방법/주문방법 문의 선택이 많을 것이고, 상품페이지에서는 상품/옵션 문의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서포트봇을 페이지별로 운영했을 때, 자주 선택하는 질문 유형에 차이가 있었다.
이렇게 서포트봇을 설계하자 상담 연결 요청이 50% 감소했다.
채널톡 서포트봇은 개발자 없이 손쉽게 챗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지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첫째, 설정된 시나리오만을 기준으로 작동되는 챗봇이라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고객이 질문을 선택하면 해당 질문에 작성된 시나리오가 답변되는 형식이기 때문에 챗봇을 구성할 때 고객의 질문을 잘 예측해서 구성해야지만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순수 이탈률과 종료율을 파악하기 어렵다. 서포트봇에서 이탈률이란 '다음 단계로 진행하지 않고 이탈한 건수'이다. 시나리오에 헬프센터를 보도록 링크를 삽입해서 고객이 헬프센터 페이지로 이동한 후 서포트봇에서 다음 단계를 진행하지 않으면 이탈률로 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통계 화면 구성이나 서포트봇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봐도 채널톡의 서비스는 채팅 상담원이 있을 때 유용하고, 상담 효율화보다는 마케팅 쪽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채널톡 요금제에는 마케팅 플랜도 있다).
외국에서는 젠데스크(Zendesk) 챗(Chat)이 잘 알려져 있는데 젠데스크의 챗은 AI 챗봇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젠데스크 챗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