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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사람 Dec 01. 2019

행복사死

꿈이었을까 두려울 땐 사진을 꺼내보기


숨이 쉬어지지 않을만큼

질식, 통증, 반복되는 고장난 기억들.

일상속 곳곳에 나타나

금새 날 죽일 것 같이 겁을 주기만 할 줄 알았지.

이런 방식으론 절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

지독하도록 까마득하게 무서웠고,

그래서 살아있으면 다음이 있다는 말이

세상에 내려진 끔찍한 저주같았다.


다음이 또 있다는 건 이렇게 행복한 일이구나.

서른두살에 설레는 마음으로 연말의 끝을 쫓아 뒤늦게 여권도 만들고 짧게나마 다시 만날 친구들 생각에 허우적대느라 잠에서 깰때마다 사라진 과거는 아닐까, 내 지독한 바람 속 현실감넘치는 꿈은 아니었을까 때로 마음이 내내 어지러웠다.


세상에 내려진 끔찍한 저주같았던 절대 죽진 않아서 다음이 있다는 "행복"의 힘으로 온 마음 가득 채워보는 지금이, 타인을 위해 존재하던 판타지들처럼 내게는 너무 찬란하다.


비염 고양이털 알러지 환자와 털뭉치들의 잠자리


11월에 내려온 마법이

12월의 내게도 있길 바라며 용기내보기.


어차피 끝까지 아플테지만,

내 손바닥안에 한웅큼 잡히는 풀내음과 햇살, 별빛이 내리는 장소와 때를 촘촘히 채워넣는 것으로 행복하기 위한 발악하기.


살기위한 발악은 차근차근 나를 잠식해 꺼트렸지만,

행복하기위한 나의 발악은 보란듯이 꺼질때까지 피워. 끝을 알아도 괜찮을만큼 행복을 쫓아 어느새 모든 것이 바보처럼 행복한 바보인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떫고 쓰기만 하고 좋을 것 하나 없이 시렸던 겨울들은 바보가 되면 늘 반짝반짝한 타인의 홀리데이였고, 난 관중조차 될 수 없는 사람이라서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라 반짝이는 만큼 눈이 부시고 부셔 멀어버릴만큼 예뻤어. 내게도 그런 것들이 있다고 진심으로 마음이 멀어버릴 수 있다면, 기꺼이 내 전부를 걸고 춤을 추다 만족한 인사를 건낼 수 있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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