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50
여행 계획이 생긴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도서관에 가서 여행책을 빌리는 일. 도서관 한쪽에 나란히 꽂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세계 여러 도시의 이름을 살펴보면 그제야 여행이 확실해지기라도 한 듯 마음이 들뜨고 설렌다.
여행책에서 정보를 얻기 시작한 건 교통 때문이 제일 컸다. 첫 해외여행을 앞두고 가보지 않은 곳에서 지하철은 어떻게, 버스는 어떻게. 공항에서 시내는 얼마나 멀고 어떻게 가는지 인터넷으로 아무리 검색을 해도 뭔가 뜬구름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책을 빌렸다. 지도에는 랜드마크가 각각 제 위치에 찍히고, 하루에 몰아갈 수 있는 가까운 지역별로 정리되어 있다. 나는 전체적인 판이 눈에 보여야 이해가 되는 사람이라 그렇게 보는 게 제일 편했다.
깨알만한 글씨로 적힌 유적지의 입장 시간을 보는 것도, 알록달록 누끼 상태로 페이지를 둥둥 떠다니는 현지의 음식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주요 관광지를 핵심만 둘러보는 2박 3일 코스와 근교의 소도시를 구경하는 여유로운 4박 5일 코스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많이 갈법한 코스는 주로 앞부분에 있는데, 중간 이후의 내용은 조금 이동하지만 훨씬 한적하고 예쁜 풍경이 있는 여행지로 이루어진다. 물론 대체로는 나도 앞부분의 코스 위주로 계획을 세우지만, 언젠가는 여기도 가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맨 뒷장까지 샅샅이 넘겨본다.
여행책의 사진은 남들의 SNS 피드처럼 실제와는 영 다르지만, 그걸 구경하면서 갖게 되는 기대가 참 좋다. 그러면서 괜히 나는 그 여행책을 넘어서는 나만의 코스를 짜보겠다고 열의를 불태우고, 같이 가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며 며칠의 일정을 구상한다. 머릿속엔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성우 아저씨 목소리가 맴맴 돌고 있다. 우리 여행의 테마를 되짚으면서, 같이 가는 사람들이 그 음식을 먹었을 때의 반응을 상상하며. 다 같이 골목을 걷고 가게 문을 여는 딸랑, 하는 종소리도 괜히 어림짐작하며. 그렇게 아직 오지 않은 여행의 순간순간을 미리 기대하는 나는 한결 활기차고 행복한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