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외출

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49

by 노루

나는 저녁잠보다는 아침잠이 많다. 그래서 내 새벽은 이른 시간에 깨서 만나게 되는 경우보다 자지 않고 있다가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 과제를 위해 소설을 쓰다가 끊지 못하고 책상 앞에 웅크린 돌처럼 굳어 손만 움직이고 있던 새벽. 이유도 없이 잠이 오지 않아 그냥 놀자, 하고 핸드폰 게임을 의미도 없이 이어나가던 새벽. 이른 출발의 여행이나 이상한 아침 외출이 있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맞게 되는 새벽.


누웠던 몸을 일으키고 새벽에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 공기가 평소와는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밖으로 나오기라도 하면 더욱 생생해지는데 촉촉하고 묵직해진 뿌연 공기는 깜깜하게 멈춘 세상을 멸망 후 버려진 터전처럼 느끼게 만든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벌레마저 잠들어버린 이 새벽에 돌돌돌돌 내 캐리어 바퀴 소리만이 메아리로 돌아올 때. 나는 우연히 지구를 마지막으로 떠나게 된 사람의 마음이 되어 가슴이 서늘하고 코끝이 시리다.


적막을 뚫고 거리를 지나다 만나는 퍼렇게 밝아오는 하늘. 그때부터는 뭔가 꿈꾸는 사람처럼 비현실적이다. 동이 트는 새벽은 해가 넘어가는 초저녁과 구분하기 어렵다. 저쯤의 해가 뜨는지 지는지 알 수 없다. 내가 잠을 잤던가. 그 일이 어제던가, 오늘이던가. 몸이 으슬으슬한 것 같다. 흙냄새가 난다. 새벽은 왜 이리 가슴이 추운지 모르겠다. 꽁꽁 옷을 껴입고 있어도, 열대야가 심각한 여름이라도 새벽은 그렇게 항상 시리다. 가슴이 시려서 혼자 자꾸만 덜덜 떨게 된다. 그 떨림은 나를 요란스레 살아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새삼스럽다.


그러다 돌아온 집이나, 불 켜진 어떤 공간에서 내가 아닌 다른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안심하며 긴장이 풀린다. 그리고 곧 밀린 잠이 파도처럼 몰아친다. 등을 대고 편히 앉거나 눕게 되면 또 그런 생각에 느릿하게 빠진다. 그래서 그게 어제던가, 오늘이던가. 무언가에 취한 듯 몽롱하고 흐릿한 어제와 오늘 사이의 경계를 더듬는 신비한 시간. 이렇게 자고 눈을 뜨면 뭔가 아주 다른 날이 펼쳐질 것 같다는 이상한 예감이 드는 시간. 03시와 06시 사이, 그 어딘가의 푸르스름한 새벽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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