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57
내 오랜 버릇은 집에 있을 때 윗옷 밑단 위로 바지를 올려 배바지로 입는 것이다. 친구들이랑 여행을 갔을 때도 그러지 않고, 시댁에서 하루를 잘 때도 그러지 않고, 요즘은 친정에 가도 잘 그러지 않는데 집에서 잠옷으로 갈아입을 때는 꼭 그런다.
처음엔 엄마가 그랬다. 내 아주 어릴 적 사진을 보면 항상 나는 배바지를 입고 있다. 집에서 내가 티셔츠를 내놓고 있으면 꼭 그걸 주섬주섬 바지 안으로 넣어주었다. 한여름에도 배에는 얇은 이불이라도 덮어줬다. 배앓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우리네 모든 엄마들처럼 우리 엄마도 그랬다. 나도 밖에서는 오히려 윗옷을 꺼내 엉덩이를 덮도록 길게 입는 걸 좋아하면서 집에만 오면 배를 온전히 덮은 따스한 느낌이 그렇게 안정적으로 느껴질 수가 없었다.
결혼하고 남편은 그런 나를 조금 놀렸다. 배바지가 너무 습관이 된 나는 키도 작은 편이라 잠옷 바지를 올려 입으면 배꼽을 모두 덮고 거의 명치까지 올려 입을 때도 있었는데, 그게 좀 웃겼나 보다. 그러다 배탈이 잦은 남편에게 배바지를 적극 권유해 보았고, 이제 남편은 나만큼이나 배바지를 충분히 올려 입고 매일같이 올려 입는다. 아직 우리 집은 따뜻하고 도톰한 수면바지를 반팔 티셔츠 밑단 위로 한껏 올려 입는다.
자기 전 이불속에서 움직이다 남편의 허리춤에서 맨살이 만져질 때면, 나는 잠결에도 꿈지럭거리며 바지 속으로 티셔츠를 조금조금 넣어준다. 엄마가 그랬듯이. 그건 은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한 번에 쑥 몰아넣을 수 없고, 부분 부분을 챙겨 조금씩 넣어야 빈틈없는 배바지를 만들 수 있다. 서 있을 땐 쉬워도 누워있거나 앉아있을 땐 옷깃이 눌려 쉽지 않은데 그래도 그렇게 살이 보이지 않게 꼭꼭 여며주고 나면 기분이 좋다.
어쩌면 가족이 된다는 것은 닮아감을 깨닫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몰랐던 서로의 습관을 어느새 내가 하고있음을 발견하는 것. 나는 아이를 낳으면 또 배를 감싸 바지를 입힐 것이고, 그 아이는 또 자기 남편 혹은 아내와 아이에게 배바지를 입혀줄까. 그럼 우리 집 배바지는 대대로 이어질 것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든든하고 아늑한 배바지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