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 58
남편이 현관을 나설 때, 나는 최선을 다해 몸을 일으켜 따라나가 문이 닫히는 사이로 그 사람을 지켜본다. 그 사람이 돌아보지 않아도 손을 흔들고 뒷모습을 바라본다. 문이 툭 닫히면 뒤돌아 내 일상을 시작한다. 새벽에 나가도, 아침에 나가도. 내가 자고 있을 때 나가도 그렇다. 동거인의 외출이 예정된 전날엔 항상 꼭 일어나 배웅해 줘야겠다고 다짐하며 잠에 든다.
잠 덜 깬 눈으로 엄마나 아빠의 출근을 배웅하던 방학의 기억이 있다. 문을 열면 바로 바깥공기가 있던 옛 집에서 문이 열리고 닫히는 걸 보며 그날의 날씨를 가늠하고, 방에서 나와 현관을 잠시 들르고 거실 소파로 직행하던 동선이었다. 혼자 남은 집에서 나는 아주아주 게으르게 시간을 보냈다. 티비 채널을 돌릴 땐 번호를 누르지 않고 채널 하나하나를 거쳐 올라가며 원하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 화살표 버튼을 눌렀다. 내가 움직이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집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제일 마지막으로 집을 나섰다. 문단속을 하고 급히 집을 나섰다. 잘 갔다 와, 해주는 사람이 보통은 없었다. 집에 들어갈 땐 보통 맨 처음으로 들어갔다. 내가 만들어놓은 집의 마지막 모습이 고스란히 나를 반겼다. 나는 그렇게 그대로인 집에 다시 파고들어 그렇게 지냈다.
가끔 잠을 자다 남편이 이미 나가버린 뒤 쿵, 하고 닫히는 문소리에 깰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세상에 혼자 남아 버린 것 같은 적막감에 사로잡힌다. 그때 나는 조금, 아니 꽤나 외롭고 쓸쓸해진다. 인사 못 해줬다. 잘 다녀오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이불 안에 몸을 푹 파묻으며 아쉬워한다. 유난히 서늘하고 깜깜한 기상이다. 혹시나, 아주아주 혹시나 방금의 미처 배웅하지 못했던 그 순간을 내가 두고두고 후회하지는 않을까.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밑도 끝도 없는 불안을 꼭꼭 누르며 메시지를 넣어놓고 돌아오는 답장에 안도한다.
이미 잠은 다 깼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집에서 내가 만드는 유일한 소음을 들으며 게으른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날의 배웅은 마음으로 한다. 잘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