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기기이이익~~~~!
노란색 포르쉐가 급제동을 하며 바퀴가 미끄러지며 내는 소리가 고막을 찢는 듯했다. 이별하는 물론 노란색 자전거의 그 남자 역시 포르쉐로 시선이 돌아갔다. 비록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별하의 인상은 마구 짓이겨지고 있었다. 차주가 누군지 안 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노란색 자전거의 남자 옆에 멈춰 섰고 조수석 창문이 내려가는 게 보였다. 굳이 창을 내리지 않아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는 걸 이별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이별하 못 봤어요?"
포르쉐 운전자의 목소리였다. 순간 이별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 같은 인간. 다행이네.'
그는 다름 아닌 김호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별하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김호현이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자체를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국토종주를 나선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기껏 이화령에서 만난 세 사람 정도가 전부였고 더군다나 이별하를 보고서도 지나쳐버리지 않았던가. 황당하지만 웃지는 못할 상황이었다. 그녀는 노란 자전거의 남자 그리고 노란 포르쉐의 남자 김호현 사장을 무시한 채 옆을 스쳐 달려갔다.
"어? 어! 어~"
뒤에서 김호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그녀의 뒷모습을 알아본 것이다.
"에이 씨! $%^($%^&*()%&*()"
이별하는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뱉고 말았다. 하지만 자전거를 멈추지는 않았다. 될 대로 되라지 하는 생각이었다.
"제 친구입니다. 이별하? 혹시 가수 이별하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별하는 등 뒤로 노란 자전거 남자의 목소리라고 짐작되는 소리를 들었다. 중저음의 목소리는 왠지 친밀감이 묻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목소리는 오늘도 자신을 지켜줄 거라는 확신이 들게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럴 거라는 이유 없는 믿음이었다.
"영미야 먼저 가!"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먼저 가서 기다릴게. 펑크 때우고 따라와!"
이별하는 애써 생전 내본 적도 없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김호현이 속아줄지는 의문이었다. 김호현은 아스팔트 위에 소음을 내며 이별하를 지나쳤고 빠른 속도로 앞쪽 멀리 사라져 버렸다. 노란 포르쉐가 코너를 돌아 사라지는 걸 확인한 이별하는 브레이크 레버를 잡았다. 자신의 두 번이나 구해준 남자에 대한 호기심은 극에 달해 있었다. 노란 자전거를 탄 그를 확인하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자전거를 세운 이별하는 뒤를 돌아보았다. 노란 자전거의 그 역시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별하는 가슴이 더 크게 콩닥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이상하게 참을 수 없는 갑갑함이 느껴졌다.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뛰어가 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상상 속에서나 그려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걸 알면서도 그런 그림을 상상하고 있는 자신이 황당했다. 그런데 그녀의 다리는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부끄럽고 황당하고 어이없는 와중에도 불구하고 본능인지 무의식인지 모를 이해 불가능한 열정을 느꼈다.
'이런 게 사랑이란 걸까? 내가 저 사람을 언제 봤다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이별하 그녀의 속에서는 열불이 났다. 이런 자신을 이해하기도 싫었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면서 타당성을 찾고 있는 스스로를 인정하기 싫었다. 왜 그런지 알 수만 있다면 고마울 것 같았다. 속에 하나도 둘도 아닌 자기도 모르는 욕망만 앞선 존재조차 모르던 영혼이 들어와 자리를 잡은 기분이었다. 그 영혼은 가슴이며 마음이며 하다못해 심장과 온몸을 휘저어 놓았다. 피가 거꾸고 솟는지 제대로 도는지조차 알 바 없었다. 얼굴이 온통 시뻘게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열감이 느껴졌다. 이별하는 마스크와 고글로 얼굴이 가려져 있었기에 다행이라며 가는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이별하는 노란색 자전거의 그 남자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고글을 벗어 헬멧에 꽂았고 마스크도 턱 아래로 내린 채였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잡힌 얼굴이었다. 딱히 잘 생겼다고는 할 수 없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맑고 밝았다. 여느 라이더와 마찬가지라고 느껴지는 탄탄한 몸매와 다리 근육은 딱히 이상할 것도 없고 눈에 띄는 것도 없었다. 이별하에게 느껴지는 특별함이라면 단지 그의 노란색 자전거뿐이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는 묘한 친근감 혹은 호기심 그리고 그에 대한 관심이 일렁이고 있었다. 절대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이미 자신의 마음은 그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왠지 알 순 없지만 그의 품에 안겼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졌던 거다.
'이런, 변태 같은!'
이별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가 변색 고글 안에 가려진 자신의 눈빛을 읽지 못했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고마웠어요."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그뿐이었다. 그리고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