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자식들이 있다. 9탄-목동 출현

by 루파고

숏이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혓바닥이 늘어지는 계절이 왔다. 이른 장마에 습도가 높아 더위는 몇 배 더 심하게 느껴졌다. 세 녀석은 언제부턴가 함께 몰려다니기 시작했다. 몸이 약한 엄마는 세 녀석을 모두 데리고 외출하는 걸 포기한 지 오래였다. 얼마 전 딱 한 번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 다시는 도전하지 않았다. 괴짜 같은 성격의 녀석들이지만 이젠 꽤나 친해져 마당을 함께 누리고 다녔다. 영미는 며칠 전부터 땅 속을 마구 후벼 파기 시작했다. 짱이와는 목적 자체가 다른 듯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바로 숏이었다. 영미는 땅을 깊게 판 후에 머리를 박고 눈알만 굴렸다. 숏이 다가오는 걸 감시하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마침 영미가 또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데 짱이가 근처를 어슬렁거렸고 영미가 한눈을 판 사이에 숏이 미끄러지듯 영미 옆에 나타난 것이다. 영미의 큰 볼때기 안에는 뭔가 먹을 게 가득했다

"너 또 혼자 먹는 거야? 치사하게!"

숏이 소리 질렀다. 영미는 혼자 먹다 들킨 것이 미안했던지 볼 안에 씹던 것을 후드득 뱉어버렸다.

깽!

그걸 본 숏은 너무 놀라 토끼처럼 뒤로 뛰어올랐다.

"너 정말 그걸 먹은 거야?"

숏이 소리치자 짱이가 후다닥 뛰어왔다. 식탐이 없는 짱이는 영미의 음식 때문에 온 게 아니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고를 친 건가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던 것이다.

"응! 얼마나 맛있는데. 너도 먹어볼래?"

영미가 뱉어놓은 것들 중 제일 큰 걸 옆으로 쓱 밀어 놓았다. 쭈글쭈글한 벌레들이 어떤 놈은 허리 부분이 잘려 있고, 어떤 놈은 머리가 이빨에 짓이겨져 있었다.

"우웩!"

숏은 물론 짱이까지 소리를 지르며 물러섰다.

"너 이런 것까지 먹는 거야? 엄마가 주시는 게 뭐가 부족해서 그래?"

짱이가 황당한 투로 물었다.

"난 어릴 때부터 곤충을 많이 먹었어. 배가 안 고파보면 곤충 맛을 봤을 리가 없지. 숏, 너는 곤충 안 먹어봤어?"

"어휴, 징그러~ 넌 대체 못 먹는 게 뭐냐?"

"난 전 주인이 길면 십일 정도 밥은 안 주곤 해서 보이는 건 죄다 먹어봤어. 잠자리도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여기서 굼벵이를 보게 될 줄은 몰랐지 뭐야. 전엔 딱 한 마리 먹어본 적 있어. 녀석들은 통통해서 먹을 것도 많아. 입 안에서 톡톡 터지면서 흘러나오는 육즙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데. 굼벵이 한 마리면 하루는 안 먹고도 버틸 수 있을 걸."

영미의 말에 숏은 구역질을 하며 도망쳤고, 짱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너나 실컷 먹어라~"

짱이가 소리쳤다.

녀석들의 동태가 이상하다고 느낀 엄마가 마당으로 나왔다. 엄마 역시 영미가 뱉어놓은 굼벵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뒤로 자빠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영미야!"

엄마가 백 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영미는 혼이 나는 건지, 칭찬을 받는 건지도 모르는지 눈치도 없이 그걸 죄다 입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후다닥 몸을 날려 돌담 옆으로 도망쳐 버렸다. 영미의 큰 몸은 먹을 때만큼은 순간 이동이나 다름없었다. 엄마가 굼벵이를 뺴앗아가려는 걸로 생각한 영미는 입 안에 있던 걸 한 번에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다.

헤헤~ 영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헤벌레 웃어대고 있었다.

:영미 너, 자꾸 그런 거 먹으면 기생충 생겨서 또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몰라."

엄마는 영미에게 엄포를 놓았지만 영미는 개의치 않았다. 병원 같은 건 무섭지도 않았다. 먹을 걸 빼앗기는 게 더 두려웠던 것이다. 입 안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걸 확인한 영미는 엄마 곁으로 다가와 몸을 비볐다.

"어디서 고양이 같을 짓을 하고 그래?"

엄마는 다리를 들어 영미를 밀어냈지만 영미의 육중한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영미의 몸은 점점 더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때, 귀가 예민한 짱이가 벌떡 일어나 대문 방향으로 쏜살같이 뛰쳐나가 마구 짖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승용차 한 대가 주차장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영미와 숏 역시 울타리에 매달려 대각선으로 보일 똥 말똥 한 울타리 틈에 코를 박아 넣었다.



멍멍! 왈왈! 컹컹!

세 녀석은 줄기차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중 짱이는 익숙한 냄새를 기억해 냈다. 얼마 전 잠시 찾아와 친해지려고 다분히도 노력하던 엄마의 동생을 기억해낸 것이다. 잘 먹지도 않는 걸 간식이랍시고 던져주는 그가 딱히 맘에 들진 않았지만 어쨌든 반가운 기색은 보여주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영미나 새로 들어온 숏은 반가울 이유가 없는 녀석들인데 왠지 반가운 척하는 게 꼴사납게 보였다.

"누나! 나 왔어!"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네. 이번엔 어쩐 일이야?"

차에서 내리자마자 물건을 한껏 내리기 시작한 그는 바로...... 세 녀석들의 새로운 목동이었다. 녀석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