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이는 역시 대장이다. 산책을 다녀온 뒤 제일 먼저 본을 보였다. 목동은 가위질을 시작했다. 들개 짱이는 가족 짱이로 만들었고 개돼지 영미는 그냥 조금 깔끔해진 개돼지 영미로, 들개이기를 거부한 숏은 얌전히 집개가 되기로 작정했다. 짱이는 시시 탐탐 탈출을 꿈꾸고, 숏은 시시 탐탐 엄마가 주는 간식을 기다렸고, 영미는 시시 탐탐 숏이 흘린 간식을 노렸다. 짱이는 여전히 외로운 자연 속의 들개이기를 바랐지만 엄마의 사랑을 좋아했다. 영미는 지난 어린 시절 굶어 죽기에 이르도록 했던 전 주인을 잊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숏은 어떻게 해서든 엄마의 관심을 받아 쫓겨나지 않기를 바랐다.
영미는 하루가 다르게 질투가 심해졌다. 숏은 외부인이 나타나면 짱이보다 빨리 달려가 으르렁거렸다. 짱이는 몇 번의 탈출을 시도한 끝에 와이어 신세가 됐다. 대신 목동과의 산책이 있어 들개의 추억을 조금씩 되새김질할 수 있었다.
어쩌다 제주도 남원에 고향집을 만들게 된 것인지는 엄마도 모르고 목동도 모르고 세 개자식들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이 있음은 세 개자식들과 엄마가 이룬 사랑 때문인 것이다. 이제 남원 중산간 마을 어떤 개들도 짱이를 모르는 녀석이 없다. 먹을 거라면 환장한다는 영미와 그에 버금간다는 숏에 대한 소문도 널리 퍼져 나갔다. 녀석들은 날이 더우면 혓바닥을 바닥에 질질 끌고 다녔고 날이 추우면 서로 몸을 뭉쳐 온기를 만들었다. 먹을 게 많으면... 글쎄 그건 좀! 영미 때문에 항상 전쟁이다. 언제나 배고픈 영미는 숏의 것을 탐했고, 거기에 만족을 못해 정신을 잃고 짱이 것을 훔쳐 먹으려다 짱이에게 물려 혼이 나기도 했다. 그때만큼은 영미도 집을 나가고 싶었으리라.
파양 되었다 가족이 된 짱이
사랑을 받지 못하다 가족이 된 영미
집을 잃고 떠돌다 가족이 된 숏
세 녀석은 제주도 남원의 공기 좋고,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사백 미터 중산간 지역의 한적한 농가주택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원래 가족이 아니었던 녀석들은 운명적인 만남으로 한 울타리 안에 살게 됐다. 수시로 탈출을 꿈꾸는 짱이도 언젠간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개선장군처럼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영미는 엄마가 더 이상 먹을 걸 안 주면 짱이를 따라 여행을 다녀올지 모르겠다. 숏은 들개 생활에 지쳐 이 곳이다 싶어 보금자리를 틀었는데 짱이를 따라서라면 여행 한 번쯤은 다녀올 것 같다.
인생은 여행이다. 여행도 인생이다. 삶은 평온함 속에 만족하지 못한다. 하지만 의지와 무관하게 삶과 죽음을 가르는 칼날 위에 삶을 내려놓아야만 했던 이 아이들은 어떨까? 제주도엔 들개가 참 많다. 그중엔 들개 아닌 들개도 많다. 예부터 자유롭게 나다녀도 신경 쓰지 않던 제주도의 애견 문화는 이제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때문에 사라져 가고 있다. 어쩌면 자유를 잃은 제주의 개들이 집 밖으로의 탈출을 꾀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제주도엔 들개가 정말 많다. 진돗개처럼 제주견이 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사람에게 온순하고 먹을 걸 주면 다가와서 착하게 받아먹고 상냥하게도 인사까지 하고 간다. 심지어는 신호등도 지키고 겁을 먹은 사람들을 발견하면 멀리 피해 가는 녀석들도 있다. 제주도엔 들개가 진짜 많다.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간 사람들이 제 가족을 버리고 가는 건 왜일까? 제주도의 들개 중엔 애완견이었던 녀석들이 의외로 많다. 어떤 녀석은 한라산 1100 고지 근처에서 버림받아 추위를 못 이겨 길가에서 얼어 죽기도 하고 차에 치어 비명횡사하기도 한다. 분명히 가족이 있었던 녀석들인데 있던 목걸이조차 뜯겨 나간 채 주인 모를 변사체가 되어 가족의 구성원에서 삭제되곤 한다. 가족이다. 강아지 한 마리는 장난감이 아니다. 가지고 놀다 버릴 거라면 로봇 강아지를 구입해 보는 게 어떨까?
나 혼자 재미나게 글을 써서 마무리했다. 원래 3탄 정도로 끝내려 했는데 쓰다 보니 이렇게 길어져 버렸다. 그래서 중구난방 주제도 흐려지고 별 이슈도 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나열해 지루해졌다. 아무튼 언젠가는 이런 글을 한번 써보리라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단 순간에 써버리고 말았다.
단편소설도 아닌, 중편소설도 아닌, 장편소설도 아닌 이런 장르도 없는 이상한 글을 써놓고 나니 대체 뭘 쓴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