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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Dec 29. 2020

30년 맛집, 1탄-삼성동 이남장 설렁탕

추억을 소환해내지 못하는 맛집은 없다

선배님의 인생 맛집을 따라다니다 보니 지난 나의 최애 맛집들이 순위권에서 조금씩 멀어지거나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다. 25년 이상 전국 방방곡곡 쑤시고 다녔던 나는 나름 전국구 프로 맛집러라고 자부할 정도였. 물론 맛집 탐방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겠지만 한 달에 2만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쏘다니며 맛집을 훑고 다녔으니 어지간한 집념이 아니었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맛집 목록이 순삭 되거나 뒤집어진 이유는 아주 간결하다. 정리하자면 퓨전요리나 신생 맛집은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수십 년간의 노하우와 초심을 잃지 않은 전통 그리고 그걸 잇기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걸 맛으로 증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맛집 선정에 있어 절대적 기준이 없겠지만 고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는 건 이유 있음을 증명한다.

이번에 기획한 이 글쓰기는 나보다 더 지독하게 맛집을 들쑤시고 다녔던 선배님의 표현대로 <빗맞아도 삼십 년>이란 제목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소한 삼십 년은 넘은 맛집들만 올릴 생각이니 말이다.


싸늘한 겨울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을 꼽으라면 설렁탕이 손가락에 꼽히지 않을까? 채식주의자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단연 으뜸이 될 설렁탕은 너무 평범하다 못해 흔해 빠진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별 것 아닌 것 같은 설렁탕도 급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하는 식당들이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있다. 그런데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서 최고 수준의 설렁탕을 맛볼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나는 강남권에서 이 식당 이상의 설렁탕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이건 가장 최근 방문 때 주문했던 설렁탕이다. 어지간하면 특 사이즈로 먹는데 요즘엔 주문에 잔재주를 부려 둘이 가면 특1, 보통1로 주문하게 된다. 특 사이즈에 들어가는 고기는 접시에 따로 담아서 달라고 부탁하는 거다. 원래 그렇게도 주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특 사이즈를 주문하면 손가락 굵기 만한 양지 고깃덩어리가 한 뭉치, 소 혀인 우설이 한 뭉치 나온다. 고기 써는 집게와 가위를 따로 주는 걸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게 고기 써는 것도 버겁다.


이 사진은 접시에 따로 답지 않고 받았을 때 찍어둔 사진이다. 이남장에서 먹은 설렁탕만 해도 수십 그릇은 되지만 항상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맛집 코너를 쓸 생각도 없었기에 이 정도 사진밖에 없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좀 더 신경 써서 촬영하지 않은 게 아쉽다.


썰어 두면 이 정도 나오는데 비교 대상이 없어 아쉽다. 아무튼 고기 두께는 남자 엄지손가락 굵기 정도 된다.



썰어서 그릇에 도로 담은 사진도 있다. 아무튼 어지간한 대식가가 아니라면 쉬운 양은 아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고기 이야기만 하고 말았는데 일단 비주얼에 숨이 멎고 깊은 설렁탕 국물에 할 말을 잃는다. 게다가 시원하고 칼칼한 깍두기 국물 대여섯 국자 섞어 마시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


참고로 이남장에서 소면을 더 달라고 해서 말아먹는 게 핵심이다. 바닥에 깔린 밥을 먹는 건 금물이다. 배 터져서 죽을 위험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수육을 시켜서 소주 한잔 마신 적도 있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꽉 잡은 메뉴가 아닌가 싶다. 둘이 먹다 지쳐 포장해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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