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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Dec 29. 2020

30년 맛집, 2탄-양평신내서울해장국

양평해장국의 뜨거운 진실

서울에서 한 시간 이상은 가야만 하는 양평의 신내라는 동네에는 빗맞아도 삼십 년 이상은 됐을 거라는 양평해장국의 아련한 전설을 고이 간직한 원조 중의 원조, 양평신내서울해장국 식당이 있다. 이름도 어찌나 어려운지 수십 번을 가도 이름을 제대로 외울 수 없는 곳이다. 아마도 잘 모르는 사람은 찾아올 수 없도록 결계를 놓은 곳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멀고도 험한 양평신내서울해장국집에 가려면 언제 가도 죽일 듯이 막히는 올림픽대로를 견디고 견뎌야 하고, 팔당대교를 건너는 좁다란 일 차선 길을 어떻게든 삐집고 들어가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혀 수양을 한 후, 그러고도 모자란 수양의 깊이를 채우려는지 빠질 곳도 없는 양평길을 길게 늘어선 차량들과 서로 꼬리에 꼬리를 이 오롯이 견디며 달리고 달려야만 한다. 양평에 들어서고도 용문산을 멀리 바라보고 긴 고개를 넘어서 국도를 빠져나와 한참을 달려 거의 마음을 비워갈 즘 되어야 나타나는 그곳. 바로 그 이름도 외우기 힘든 양평신내서울해장국의 시뻘겋고 허름한 간판이 나타난다. 그 누가 아니랄까 봐 수십 년의 세월을 이겨냈을 푸석푸석한 건물 안에 자리 잡은 식당. 아 그... 그곳은 바로 서울에선 때려 죽어도 맛볼 수 없는 진짜 양평해장국인 것이다.

서울 아니라 그 어떤 식당에서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 메뉴는 바로 흔하디 흔한 양평해장국이다.

문 앞에 서면 대체 뭔 집이길래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을까 싶지만 차마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드는 해장국은 죽을 때까지 뇌리에서 떨어져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만다.


빗맞아도 30년 제2탄, 지금껏 잘못 알고 있었던 양평해장국의 전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려 하니 딴짓하지 말고 읽을 지어다.

때는 바야흐로 수십 년 전, 양평의 신내라는 지역에 해장국집이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나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 그리고 전국에 새로운 해장국의 탄생을 알리게 되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양평해장국이다. 원조는 원조다. 사실 설명이 필요 없는 건 바로 사진이 그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식사 중에 우연히 주인집 아들내미가 한우 곱창 공급사와 통화하는 걸 들은 후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그릇에 채워준 것들만 해도 엄청나지만 한 달 소비되는 양이 어마어마하더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선님과 나는 심하면 일주일에 두 번도 갔다. 미쳤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장거리를 무색하게 만들 강렬함이 그곳에 있었다. 선님의 빗맞아도 삼십 년 시리즈 2탄에 홀딱 빠져버린 나는 "양평 갈래?" 한 마디에 이미 침을 흘리고 만다.


2탄은 사진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초반부터 너무 신랄하게 헛소리를 지껄였더니 배가 고프다.



위에 둥둥 뜬 게 아니다. 바닥부터 첩첩이 쌓여있는 내장 먹다 보면 밥 먹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다. 소식하는 사람들은 반도 못 먹는 수준이니까. 여기서 해장국 먹을 땐 절대 밥을 말면 안 된다. 그건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이다.

양평신내서울해장국에 가면 해장국, 내장탕, 해내탕이 있고 수육도 있는데, 수육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해장국에 있는 거 꺼내 놓으면 어지간한 곱창집 한 판은 나오는 양이니 참고하시라. 곱창집 가면 "에게~ 장난해?" 그러면서 화를 낼지도 모르니까...


가장 중요한 걸 잊을 뻔했다. 냉동이 아니라 식감이 뛰어나며 한우라서 기똥차다. 기대 만발해도 좋다.

추가로...

주문할 때 선지 더 달라고 하면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서 주는데 손으로 만지면 큰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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