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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05. 2021

2.18kg급 이상의 대방어 맛집 두 곳을 가다

방어의 새로운 세상, 제주도 수눌음식당 vs 부산 우리포차

1월인 요즘은 딱 방어 철이다. 소고기를 먹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기름기가 넘쳐나는 기간인 거다. 방어가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방어는 말 그대로 대방어가 맛있고 그중 20kg에 육박하는 특방어가 최고의 맛으로 미식가들을 자극한다.

요즘 전국의 횟집이란 횟집이 모두 방어로 들썩인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방어라 해서 다 맛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는 부시리를 방어로 둔갑시키는 몰염치한 상인도 있을 정도라 방어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알 것도 같다.

나는 지난 12월 제주도 모슬포의 수눌음식당에서 제대로 된 대방어를 만났다. 그리고 바로 어제 부산 광안동에 위치한 우리포차에서 특방어라고 해도 될 만한 대방어를 맛볼 수 있었다.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방어들은 모두 저급한 것들이었다는 것이다.

모슬포에는 방어축제를 하는 방어축제거리가 있고 포구 맨 끝자락까지 가면 수눌음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곳은 이미 매스컴을 훑고 지나간 곳이라 관광객이 줄을 서지만 가성비를 따지자면 어지간한 횟집들보다 훨씬 만족도를 높이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수족관 앞에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얘들은 좀 작은 녀석들인데 이 정도 사이즈가 서울에서 먹는 방어다. 10kg 미만의 중방어라고 해야 할까?



역시 맛집 관련 방송이란 방송은 다 스친 곳이다. 중요한 것은 방어 판매 방식이다.



접시는 두 개로 구분 지어 나온다. 하나는 사잇살만 담겨 있는데 이건 기름장에 콕 찍어 먹는다. 소고기 좋은 부위를 씹는 듯한 맛에 소주를 부른다. 대방어라는 걸 증명하는 건 바로 길게 썰어놓은 그릇이다.



방어는 역시 사잇살이다. 사잇살 사이즈만 보면 원래 어떤 녀석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물론 배꼽살 역시 방어의 특수부위 중 하나로 기름기 잘잘 흐르는~~



방어살 사이즈가 얼마나 긴지 한 뼘은 된다. 길게 들어도 그릇에 닿을 정도의 특대형 사이즈. 도심의 유명하다는 그 어떤 방어 횟집에 가도 이런 건 보기 어렵다. 이 정도 사이즈 되는 대방어가 들어갈 만한 수족관도 없으니 말이다. 이 기다란 방어회는 두세 번 접어야 먹기 편하다.



제주도에서도 큰 항구에 속하는 모슬포. 고등어 역시 싱싱하다. 이렇게 굽지 않았으면 회로 먹어도 될 만하다. 사이즈는 대방어 집답게 특대급 고등어인데 그릇 크기를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비주얼 만으로도 만족감을 준다.



방어회를 다 먹을 즘이면 방어국수가 나오는데 이건 정말 수눌음식당에서 처음 맛본 메뉴다. 방어탕은 지리로 나왔는데 몇 년 전 모슬포에서 먹었던 다금바리 지리탕이 기억날 정도였다. 깊은 고소한 맛은 12시간 고아서 내왔던 다금바리 지리 버금가는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게 뭘까? 방어 눈깔(표준어 맞나?)인데 고단백, 고칼슘의 영양만점 부위라 부담스러움을 누르고 입에 넣었다. 이 부위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난 그렇지 못한 걸 보면 식도락가로서의 자질이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부산 광안동 우리포차는 모슬포 수눌음식당을 함께 찾았던 토종 부산 사람에게서 존재를 전해 들었고 마침 이번 부산 출장 때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돌아온 그를 졸라 찾아가게 되었다. 그날 장담했던 우리포차의 특방어에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업무를 마치고 광안동까지 찾아간 우리는 문을 닫은 1호점의 모습을 보고 다시 2호점으로 발을 돌렸다. 5시부터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던 우리포차에 도착한 시간이 5시 30분 정도였는데 줄을 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맛집조차 코로나 19의 여파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대신 배달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역시 소문난 맛집은 기본은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좌측은 문 닫은 1호점, 우측은 2호점이다. 수족관 사이즈를 보면 왜 특대형 방어를 취급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유통 경로를 알지 못하면 그런 특방어를 사 올 수 없다는데, 아마 그게 이 집 영업의 비밀 중 비밀인지 모른다.



1년 사이에 가격이 훅 올랐다. 그 유명하다는 대방어 김밥은 작년에 10,000원이었다는 15,000원으로 50%나 인상된 게 충격적이었다. 2년 전엔 8,000원이었다는데 너무 큰 폭으로 오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제주도 수눌음식당에 비하면 사악한 가격인 건 사실이다.



세 명이라 대자 사이즈로 주문했다. 역시 수눌음식당에 못지않은 비주얼이다. 사잇살은 따로 제공되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방어 살은 역시 기다아아아랗다. 역시 두세 번은 접어야 입에 쏙 넣기 좋다. 가격에 비하면 못마땅한 구성이지만 제주도가 아닌 부산에서 이런 대방어를 맛볼 수 있다는 건 도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축복 아닌가 싶다.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대방어 전문점인 건 사실이니까.

기름기 잘잘 흐르는 대방어회는 입 안에서 고소함을 진하게 풀어낸다. 올 겨울 방어는 더 이상의 만족을 가져다주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게 우리포차에서 그 유명하다는 방어 김밥이다. 이건 정말 별미 중 별미인데 김밥 안에 들어간 방어는 아주 좋은 부위만 쓴다고 알려져 있다. 들은 이야기였을 뿐이지만 입에 넣으면 그 식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크기도 커서 몇 개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였으니 어떻게 보면 비싼 가격도 아닌 것 같다. 유명하다는 김밥집 가면 후덜덜한 가격에 놀라곤 하니 말이다.



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몇 개 들어있지 않은 사잇살. 그리고 또 다른 특수부위를 만났다. 배꼽살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우측 부위는 아주 특별한 맛이 아닐 수 없다. 겨우 두 조각뿐이었기에 안타깝지만 귀한 부위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방어 대가리 구이다. 방어 머리 구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걸 주문했는데 우리포차에 손님 많을 땐 타이밍 늦게 주문하면 동이 나서 맛볼 수 없다고 한다. 이 메뉴가 독특한 점은 달랑 머리만 구워 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고갈비라 해서 고등어 뼈에 붙은 살을 뜯곤 하는데 방어 뼈에 붙은 살이 아주 고소하고 찰지다.






방어회의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이젠 대방어가 아니라면 만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람의 입은 간사하다 하였는데 이 두 집을 방문한 후로 다른 횟집에 갈 자신이 없어졌다. 내년에도 다시 방문할 게 뻔한 이 두 식당을 이렇게 내 브런치에 소개하게 될 줄이야... 라고 하지만 이 짓도 점점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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