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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Sep 07. 2020

메밀국수 맛집 두 곳을 가다

행주동 <통메밀국수> vs 방화동 <고성막국수>

메밀요리 잘하는 집이 많긴 할 거다. 삼십 년 가까이 맛집이라고 소문난 식당들을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했는데 이 두 집이 요즘 가장 자주 찾는 곳이다. 이미 여름도 다 지나가는 마당에 몸을 차갑게 한다는 메밀 타령일까 싶겠지만 사시사철 언제 찾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1.  행주동에 있는 <통메밀국수>

이 동네는 자전거 동호인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사실 근처에 맛집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 간택당하기는 쉽지 않은 메뉴다. 까끌까끌한 식감 탓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기 때문일까? 마니아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메밀을 껍질째 갈아야 메밀국수의 진짜 맛을 볼 수 있는데 이 집이 바로 그 집이다. 게다가 직접 기른 메밀순을 얹어 내어놓는 순메밀국수는 2천 원 비싸지만 맛볼 만하다. 나는 언제나 순메밀국수를 먹는데 약간 뻣뻣한 메밀순 때문에 입 안에서 혀를 놀리는 신기술을 구사해야 해서 불편해도 콩나물이나 숙주가 흉내 낼 수 없는 고소함에 연신 젓가락질을 할 수밖에 없다. 보통은 냉면에 겨자와 식초를 넣지만 그냥 식초만 넣고 동치미 국물을 감미하는 것이 좋다.

부수적으로 메밀 피로 빚은 메밀만두는 속이 꽉 차 있는데 피가 찰지고 쫄깃하며 맛도 고소해서 국수와 곁들이면 좋다.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메밀묵도 맛나다. 간판처럼 메밀을 통으로 갈아 만든 메밀묵은 표면이 거칠어 식감이 까칠하긴 하다. 하지만 그게 메밀의 진짜 맛이라는 걸 상기하고 맛보면 되겠다.

역시 오래된 맛집들은 이유가 있다. 언제 가도 변함이 없는 맛. 10년 후에 가도 같은 맛일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집이 아닐까 싶다.



내 브런치 계정이 맛집 안내하는 곳도 아니고 하지만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사실 나도 겁이 난다. 또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이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내가 자전거 낙차사고로 고관절이 부러진 날 점심도 여기서 먹었는데 주말 점심시간 맞춰서 가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남들과 다른 시간대로 잡는 게 좋다. 맛집은 원래 그렇게 다니는 게 정석이긴 하다. 난 요즘 목발 짚고도 간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주차장은 넓지만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진입로가 좀 헛갈리긴 할 거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공유하는 좁은 골목이니 주의해야 한다.

http://kko.to/TeTEfKnDp




2. 방화동에 있는 <고성막국수>

방화동 주택가 안쪽 엉뚱한 위치에 자리 잡은 맛집이다. 이 집도 당연히 매우 오래된 식당이다. 수요미식회에 나온 식당인데 딱히 방송을 신뢰하지 않는 나도 이 곳은 인정한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못 만드는 식당은 당연히 문을 닫겠지만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감성 맛집은 손님이 꼬일 수밖에 없다. 역시 맛집 아니랄까 봐 문 밖에는 대기표 발급기가 있다. 막국수를 주문하면 국자가 꽂힌 동치미 그릇이 나온다. 살얼음이 잘 얼은 동치미 국물이 시작부터 풍미를 느끼게 한다. 강원도 고성에나 가야 맛볼 수 있는 걸 서울 방화동에서 경험할 수 있다. 한 덩어리 담긴 막국수 그릇에 살얼음 가득한 동치미 국물을 부어 올리면 비주얼이 기가 막힌다. 이 글을 쓰면서도 입에 침이 고이는 기현상이 일어날 정도니까. 식초는 아예 넣지 않아도 좋다. 취향에 따라 조금 넣어도 되겠지만 나라면 동치미 맛으로 먹을 거다. 면발은 행주동 통메밀국수와는 또 다르다. 좀 더 쫄깃하다고나 할까? 아삭거리면서도 까끌까끌 쫄깃쫄깃한 면발이 부대낌 없이 넘어가는 건 아마 동치미 국물 덕분이지 싶다.

이 집의 별미는 수육인데 여기서는 편육이라고 한다. 아무튼 황태인지 북어인지 몰라도 명태였던 그놈을 가지고 버무린 회무침이 맛깔나다. 보통 명태회라고도 하는데 여기는 회무침이니 알아두면 좋겠다.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수육은 그냥 먹어도 고소하고 깔끔하다. 여기에 회무침을 얹어 먹으면 세상 꿀맛이 따로 없다. 

나는 약 이십오 년 전까지 양양의 실로암막국수를 주로 다녔었다. 그 후로는 설악산 C지구 근처의 벼락바위막국수를 알게 되어 단골을 바꾸고 말았는데 장사 욕심이 없던 아주머니가 몸이 편치 않아 영업을 정지하고 단골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데 서울에 이런 맛집이 숨어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오래된 집이라는데 난 모르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을 찍고 가면 기계를 의심하게 될 테지만 믿고 잘 따라가면 된다. 주차는 매우 어렵고 전용 주차장은 도로 5분 거리에 있다. 동네에서 눈치껏 잘 대고 다니면 되는데 묘하게도 인근 주택가에서 딱히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식당들이 울상인데 이 두 식당은 지금도 장사가 잘 된다. 역시 맛집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다음에도 같은 종목을 두고 두 식당을 소개하는 짓거리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맛집 품평 쓰는 게 얼마만인지... 블로거 개념도 없던 시절이 전국 맛집을 다니며 이렇게 글을 쓰곤 했는데 그 자료들은 죄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비도 오는데 오늘은 뭘 먹나~


루파고 소속 직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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