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판단

by 루파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 한가운데 불쑥 튀어올라온 울룰루의 거대한 암반의 벽엔 지구라는 행성의 표정이 모두 담겨있다. 지구의 모든 변화(기분)가 담긴 것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순 없겠지만 사람의 상처들 역시 울룰루의 지층처럼 시간대 별로 깊이 적층되어 있다. 기억 속에 말이다. 대수롭지 않거나 오래된 건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빙하기처럼 강렬한 변화 혹은 위기는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각인되어 상처로 남아있는 거다.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게 없음에도 세상일에 화가 나는 이유가 뭘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의 다양한 이슈에 귀를 기울이며 굳이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일에도 심기를 드러내곤 한다. 어쩌면 대리만족 비슷한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적층되어,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꾹꾹 참아내다 쏟아내 버린 것일까? 화를 내고 싶어도 대상이 없으면어 일면식도 없던, 잘 알지도 못하는 사건에다 썩은 심경을 터뜨려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해 본다.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아 보이던 사건들이 이러저러하게 연결 고리를 그려가는 걸 보면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몇 년, 그렇게 관심이 가지지 않으려던 혹은 가지지 않았던 정치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나를 보면 나이 탓만 할 게 아닌 것 같다. 참여할 순 없겠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또 어리석은 판단의 결과를 만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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