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Jan 12. 2021

30년 맛집, 11탄-잠원동 프로간장새우

어쩐지 내공이 있다 싶었던 집인데 알고 보니 30년이 넘었더라는...

1982년 오픈했다는 잠원동의 프로간장새우. 간판부터 독특한 이 집을 나는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다. 하지만 빗맞아도 30년 시리즈를 쓰면서 프로간장새우가 39년이나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이 명백한 사실을 두고도 내 눈을 믿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퓨전적이며 요즘 감성에 딱 맞는 메뉴가 근 40년 전부터 존재하던 것이라는 사실이 사실 같지 않아서다.

논현동, 그러니까 신논현역에서 논현동 먹자골목에서 영동시장 방향으로 걸어가다 우연히 만났던 프로간장새우는 정말이지 간판 하나 보고 호기심만 가지고 찾아간 곳이었다.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고 함께 갔던 지인도 존재조차 몰랐던 이 곳.

한 번 간 식당에 다음날 또 찾아갔을 정도면 맛은 보장됐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프로간장새우 메뉴 사진을 찾은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스마트폰 안에 있던 음식 사진만 모아 한 폴더에 옮기고 보니 무려 6천 장에 달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껏 2년 정도 촬영한 것이니까. 데스크톱에도 엄청난 양의 사진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겁이 덜컥 났다. 한때 미친 듯이 맛집을 찾아다니며 촬영했던 SlR사진들은 또 얼마나 될까. 고민을 접고 다시 식당 별로 폴더링을 하는데 마침 이 맛깔스러운 사진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이 식당은 대체 얼마나 됐을까 싶어 인터넷을 찾아 헤맸는데... 헉! 1982년이라니!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 퓨전요리 같은 메뉴가 39년이나 됐다는 사실을 믿어야만 하는 거다.



프로간장새우의 대표 메뉴인 간장새우다. 정말 이건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설명이 안 된다. 내가 아무리 다작을 생명처럼 여긴다는 다작 전문 무명 소설가라지만 이건 글로 설명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탱탱한 새우살에 달짝지근한 간장이 배어 독특한 식감과 어울리는 짭조름하며 비린 느낌 전혀 없는 색다른 새우 요리의 신세계를 만날 수 있다. 더군다나 이 맛깔스러운 새우 간장으로 밥을 비벼 먹으면 이것만으로도 새로운 메뉴 하나가 탄생하고 만다.



사진으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아쉽다. 정말 맛있는데~ 밥알들이 새우 간장과 짝짝 달라붙은 묘한 식감이 있다. 달달하며 짭조름하고 고소하면서도 찰진 이 밥 자체가 술안주다. 모르긴 해도 이거 한 그릇이면 소주 두어 병은 마실 수 있을 거라는......



보다시피 두 번 가서 두 번 촬영했다. 이건 간장새우 외에 다른 메뉴를 주문했던 건데 메뉴명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1차 가서 죽치고 앉아 열심히도 마셨던 기억이 난다. 여긴 정말 저렴한 가격에 싱싱함을 맛볼 수 있는 논현동 먹자골목 안의 유난히도 특별한 맛집들 중 하나임엔 틀림이 없다. 논현동 이야기가 시작된 김에 다음 편에도 논현동 먹자골목 안에 있는 매운 갈비찜을 소개해야겠다. 죽도록 매운맛의......



좀 더 확대한 샷이 있어 마지막으로 올려본다. 정말 싱싱하지 아니한가? 바닷가에서 맛보는 그 기분. 정통 횟집에서 먹는 것과는 다른 포장마차 규모의 아기자기하고 인심 팍팍 터지는 그런 느낌?

매거진의 이전글 30년 맛집, 10탄-원주엔 없는 논현동 원주추어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