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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13. 2021

30년 맛집, 12탄-두 곳의 강남 돈가스 전문점

남녀노소 불문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음식

아마 돈가스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싫다는 사람이 있다면 튀김요리라 기름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거부감마저 없는 곳이 있다. 유명한 돈가스 전문점의 공통점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강남에서 30년 이상 영업을 해온 돈가스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이 두 식당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출발은 기사식당이었다는 것이다. 원래 기사식당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겠지만 드라이빙 속도만큼이나 입소문이 빠른 택시기사님들 사이에서 먼저 소문이 났을 거라 예측해 본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던 시절, 나는 외지로 여행을 나서면 새로운 맛집 발굴에 택시 기사님들의 도움을 받곤 했다. 정차한 택시 옆에 차를 대고 다짜고짜 즐겨 다니시는 식당을 묻는 거다. 그러면 보통 세 가지 유형의 반응이 나왔다. 침을 튀며 지역 가이드처럼 상세하게 여러 식당을 알려주는 분도 있도 심지어는 나를 따르라 하는 분도 있다, 때론 같이 먹자는 분도 있었다. 그렇게 다녔던 식당들 중에 가장 기억나는 메뉴는 영월에서 처음 만난 옹심이 식당이었다. 그 아삭아삭하고 별난 식감의 감자수제비 같은 음식은 정말 기가 막혔다. 그곳 역시 지금은 방송을 탔는데 내가 다닌 식당들 중 지금은 유명식당 아닌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윤화돈까스 이 곳은 선배님의 추억의 맛집 중 하나였다. 그런데 원래 있어야 할 장소에 보이지 않아 문을 닫은 줄 알았던 윤화돈까스가 바로 길 건너편 옆쪽으로 이전한 것이다. 선배님의 기억 속 윤화돈까스는 그렇게 삭제될 뻔했는데 우연히 길을 가다 간판을 발견한 것이다. 언젠간 꼭 방문하리라 작정을 하고도 무려 한 달이 지나서야 방문한 윤화돈까스. 역시 매스컴을 여러 번 탔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착한 가격 음식점으로 인정도 받았다. 그런데 기사식당으로 유명했을 이 곳엔 택시 기사님들보다 일반인이 더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거점을 옮긴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근에 택시들이 줄지어 선 식당들이 몇 곳 보였던 걸로 보아 새로운 맛집들이 입소문을 탔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돈가스의 맛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지 않을까? 바삭바삭하게 잘 튀겨져야 하고, 속은 담백하고 부드러워야 하며, 소스는 너무 짜지 않게 튀김과 잘 어울려야 하지 않겠는가? 덤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가심비를 휘어잡아야 한다. 즉 덩어리 크고 두껍고 인심 후해야 한다는 거다. 이 모든 걸 다 걸고 만점을 받아도 될 것 같다. 윤화돈까스 역시 고추를 무한대로 먹을 수 있게 올려놓았는데 고추값이 비싸서 그랬을까? 좀 질긴 감이 있다. 이왕이면 좀 여린 고추를 제공해주면 좀 더 사랑받을 것 같은데 말이다.





사실 윤화돈까스는 선배님 덕분에 처음 가본 식당인데, 가나돈까스의집은 나 역시 가끔 찾던 곳이었다. 선배님의 발길을 따라 이 곳을 들어서며 묘한 쾌감 같은 게 있었다. 선배님의 빗맞아도 30년 시리즈 중 나와 겹치는 곳이 은근히 있더라는 것이다. 전에는 식당이 얼마나 오래됐는지에 대해사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맛있으면 그만이니까. 여긴 직원들 데리고 가서 밥도 사주곤 했었는데 지금까지 싫단 사람은 없었다. 공짜라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여긴 윤화돈까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윤화돈까스엔 없는 종류의 돈가스가 있다. 예전엔 고추를 한 무더기 담은 소쿠리가 있었는데 요즘엔 보이지 않는다. 번거롭게도 아주머니가 갖다 주시는 걸로 변경된 모양이다.



가나돈까스의집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금은 없는 경복아파트 상가라고나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던 기억이 난다. 지하로 들어서는 통로엔 역시 맛집 방송에 나온 흔적을 붙여 두었다. 지금은 재건축으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9호선 라인이 뚫리기 전엔 언주로 일대는 교통량도 많지 않았다. 경복아파트 사거리는 그야말로 불법주차의 천국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요즘에도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딱히 체증을 일으키지 않는 도로이기도 하기에 윤화돈까스와는 달리 택시 기사님들이 엄청나게 찾는 곳이다. 윤화돈까스도 그랬지만 가나돈까스의집 역시 발레파킹하시는 분이 있다. 대신 여긴 발레 비용을 받는다. 아무튼 강남 아니랄까 봐...


메뉴판 사진이 없어서 기억나진 않지만 왕돈가스도 있고 여러 메뉴들이 있다. 예전에 촬영한 사진을 찾아내거나 조만간 다시 방문하면 사진을 보강하겠지만 현 사진으로 보다시피 고추는 이렇게 몇 가닥 제공한다.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경양식집 다니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그때에도 고추를 쌈장에 찍어먹거나 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오래전 돈가스는 경양식으로 칼질하러 간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흔치 않은 경험이었으니까 말이다. 가나돈까스의집 소스는 윤화돈까스와는 좀 다르다. 지금 와서 이런 글을 쓰려니 잘 기억나진 않지만 확실히 다른 건 사실이다. 궁금하다면 이 두 집을 번갈아 방문해볼 일이다. 역시 밥은 무제한 제공된다. 배고픈 자여 엉덩이를 들라!





우리 세대 역시 부모님 세대 덕분에 배고픈 기억 없이 잘 살았지만 요즘 세대들은 이제 배고픈 시절 따윈 없이 그저 좀 더 맛난 음식을 찾아다닐 수 있게 된 걸 생각하면 항상 선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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