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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Jan 13. 2021

30년 맛집, 13탄-춘하추동밀면 vs 원조밀면

대형 맛집 춘하추동의 밀면, 로컬 맛집 소문난원조밀면

밀면 밀리는 밀면! 웬 쉰소린가 싶다. ^^ 사실 밀면은 밀로 만든 면이다. 농담처럼 밀어서 만든 면이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내용이다.

"밀면 하면 부산 아이가~"

맞다! 밀면의 고향은 부산이다. 요즘엔 부산이 아니어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밀면이지만 역시 진정한 맛은 본산지에서 먹어야 제맛 아닌가? 오래된 식당이 큰 곳으로 이사를 하면 맛이 없어지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겠지만, 모르긴 해도 주방용품, 양념 위치, 업주와 종업원의 마음가짐 및 자세 등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일 게다. 아무튼 춘하추동밀면은 부산의 수많은 밀면집들 중 그래도 예전의 맛을 어느 정도 유지를 하는 곳임에 틀림이 없다. 제법 규모가 있는 식당이지만 원래의 맛에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춘하추동밀면의 본점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해운대점 역시 직영점이라는 데 믿음을 가지고 맛을 보기로 했다. 이 사진은 작년 말레이시아 출장 전에 들렀을 때 촬영한 사진으로 마침 한창 여름의 초입이었는데 여름에 딱 어울리는 메뉴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육수가 좀 더 시원했으면 하는 부분이었다.



사진을 제대로 촬영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맛집 관련 글을 쓰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기껏 맛스터그램 수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기 위해 대충 촬영한 사진인데 지금 봐도 좀 어설프긴 하다. 밀면에 나름의 정성이 가득한데 아쉬운 부분이라면 수육, 계란, 고명, 오이채, 양념장 등을 좀 더 세심하게 토핑 했으면 맛깔스러운 사진이 나왔을 것 같다.



어쨌거나 잘 비벼보기로 했다. 불그스름한 컬러의 국물이 식탐을 끌어올리고 있었으니 빨리 비벼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릴 테니까 말이다. 면발을 한 뭉텅이 들어 올려 상태를 봤다. 침이 솔솔 고이게 하는 장면이다.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은 전날 마신 술을 해장하게 만드는 듯했다.



어지간하면 수직 샷을 촬영하지 않는 나인데 이런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만두는 매우 정갈해 보인다. 위에 서술했다시피 냉면의 토핑에 정성이 들어갔다면 좀 더 멋진 사진이 나왔으리라 싶다. 맛있는 음식이란 게 보는 맛도 있으니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세심한 정성의 부족에 다시 아쉬움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지금 소개할 밀면 전문점 역시 해장을 목적으로 방문한 곳이다. 간판부터가 애매모호한 이 집은 위치를 모르는 사람은 찾아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식당이다. 국제시장 자체가 매우 복잡한 곳이기도 하지만 여긴 어지간한 내공 가지곤 어림 반푼 어치도 없다. 자신 있으면 내비게이션 보고 찾아가 보시길.

국제시장 골목 구석구석엔 너무나도 유명한 맛집들이 즐비하지만 소문난원조밀면 식당에 가면 지금까지 만났던 밀면의 세계에서 새로움을 접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난 지금도 이 식당의 진짜 이름을 모르겠다. 원조밀면인지 소문난원조밀면인지......

아무튼 이 식당은 38년 된 식당이라고 하는데 아마 몇 년 더 됐을 거다. 이 사진도 작년 사진이니까 최소 39년 이상은 된 식당인 거다.



여기가 진짜 그 집 맞나 싶은 생각을 떨쳐내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의외로 넓은 홀이 나타난다. 하지만 밥때 맞춰 가면 앉을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진짜 맛집을 다니려면 식사 시간을 비껴 다니는 게 노하우다. 핵심 중 핵심 아닐까?



역시 만두를 함께 주문했다. 만두소가 맛있긴 한데 수제 손만두인지는 잘 모르겠다. 특색이 없는 건 아닌데 워낙 전국 곳곳의 유명한 만두집들을 섭렵하다 보니 그다지 개성이 느껴지지 않아 살짝 실망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말이다. 이 밀면을 받아 들고 나서 방금 전의 생각을 고쳐먹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봤던 밀면들과는 현격하게 다른 육수는 진한 육수 컬러보다 더욱 진한 호기심을 자아내게 했다. 면발은 말할 것도 없다. 역시 토핑에 정성 같은 건 없어 보였지만 육수의 컬러는 모든 걸 압도하게 만들었다. 면발이 궁금하다고? 그보다 육수가 모든 이유를 평정했다. 지금까지 먹어봤던 부산의 밀면집들 어느 곳을 다 털어도 이 집만큼 맛난 곳은 없었던 것 같다.





갑자기 드는 생각. 다음에 부산 밀면집들을 죄다 훑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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