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을 두고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내가 설명하는 내용을 이해하고도 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웃음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겠지만 말이다.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단 싱가포르와 대한민국을 두고 몇 가지 비교를 하고 시작하기로 하자.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대한민국의 2배가 넘으며 1인당 국민총소득은 거의 2배에 육박한다. 다행히 아무리 어마 무지한 통계청이라 할 지라도 이런 수치를 조작할 순 없을 거라 생각하고 믿고 넘어가기로 한다.
이 수치만 가지고 보면 전체주의적 관점으로 대한민국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건 짐작할 수 있다.
검색의 귀찮음을 지극히 당연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국민총생산과 국민총소득 비교자료도 올려봤다. 2019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그래프가 푹 꺾였다. 마음이 아프다.
인정하긴 싫겠지만, 잘 더듬어 보면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국가 차원의 경제 규모는 대한민국이 4배 정도 앞서 있지만 대한민국의 10% 정도밖에 안 된 국민 수를 생각하면 결코 우리가 더 잘 산다고 말할 수 없다.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국가는 부자이고 국민은 가난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여기서 몇 가지 더 비교하고 넘어가면 좋겠다.
토지 규모
대한민국 : 1,003만6,371헥타아르
싱가포르 : 7만1,900헥타아르
인구
대한민국 : 5,182만명
싱가포르 : 589만명
쉽게 설명하면 싱가포르의 토지는 서울보다 조금 크고(8% 정도), 인구는 대한민국의 약 11% 수준인 거다. 서울 인구가 약 966만이니까 서울 인구의 약 61% 되는 사람들이 서울보다 8% 정도 넓은 땅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서울엔 산이 엄청 많다. 싱가포르는 어떨까?
위 지도는 싱가포르 토지이용계획도 같은 거다. 쉽게 국토개발개념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겠다. 녹지율이 보일 거다. 엄청난 도시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접경지인 해수 늪지대를 개발하지 않고 공원으로 지정했다. INDUSTRY 지역은 LNG기지와 정유 기지 그리고 무역국가의 핵심인 항만시설이 기반하고 있다. RESIDENCIAL(주거), COMMERCIAL(상업시설)은 뻔한 것이고 INFRASTRUCTION(기반시설), INSTITUTION(기관시설)이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곳이 바로 해수 늪지대 등을 보존하며 공원화 한 OPEN SPACE와 SPECIAL USE지역이다. 그럼 SPECIAL USE는 무엇일까? 그건 저어기 밑에서 확인하면 된다.
이건 싱가포르 지형도다. 최고 높은 곳이 48미터에 이른다. 즉 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건 서울 지형도이다. 대표적으로 산다운 산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남산, 관악산, 청계산이 있고 정말 동네 뒷산 급의 망우산, 아차산, 용마산, 백련산, 안산 등 300미터 급의 산들이 제주도 오름처럼 여기저기 봉긋봉긋하다. 서울 아니라 대한민국 어느 도시에 가도 주변에 산 아닌 곳이 없다. 게다가 한강 면적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시 구역 안에서 한강은 6.6%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산 빼고 한강 빼면 쓸 만한 평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싱가포르와 우리가 생각하는 녹지의 개념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슬슬 감이 오기 시작할 것이다.
딴지를 걸고 싶다고? 그럼 퀴즈를 하나 내 보기로 하자.
싱가포르엔 공항이 몇 개나 있을까?
힌트는 위에서 보여준 싱가포르 도시계획도의 SPECIAL USE 안에 있다.
서울보다 기껏 8% 넓은 이 땅엔 공항이 무려 4개나 있다. 항공법 관련하여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공항 인근에는 고도 제한으로 건축규제가 심하다. 항공사고 역사상 최고의 인재라고 손 꼽히는 괌 대한항공 사건을 기억하면 좋겠다. 그 사고 덕에 인천국제공항 토목공사에 필요한 매립토사를 영종도와 용유도 인근 산의 모가지를 싹둑 베어 사용할 수 있었을 정도니까.
위 지도는 싱가포르의 공원과 관련 동선에 관한 지도이다. 서울 만한 국가에 필요한 모든 제반 시설을 세우고 주거와 상업시설을 설치하며 관광대국답게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마리나베이샌즈와 하늘정원 같은 멋진 건축물들이 있지만 그들 역시 재건축과 개발에 촉을 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싱가포르의 공공임대주택을 롤 모델로 대한민국의 공공임대주택을 개발하겠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무지를 어찌 탓할까 만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제발 쓸데도 없는 고집 피우지 않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자세가 부족하다는 걸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다.
- 싱가포르 국토의 95%는 국유지다. (독립 후 국유화 추진)
- 토지가 국유지여서 건축비만으로 주택을 지어 주택 가격이 저렴한 거다. (서울 기준 토지 가격이 보통 50%를 넘기고 있다.)
- 싱가포르 임대주택은 기껏 5% 수준이다. (최소한의 주거복지이다.)
- 싱가포르의 주택은 대개 최소 3룸이며, 현재 4룸이 기준이고 그 이상의 대형 주택을 선호한다.
- 싱가포르는 임대주택이 아닌 자가 소유의 주택을 선호하며 정부도 소유를 권한다.
- 싱가포르는 주택 구입 시 40%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조건 있음)
- 싱가포르는 국민소득이 높아 복지에 쓸 여유가 우리보다 넉넉하다.
- 싱가포르는 산이 매우 낮고 평지가 대부분이다.
- 싱가포르는 공항이 4개이다.
- 싱가포르는 재건축을 적극 권장하고 지원한다.
이만하면 우리와 뭐가 얼마나 다른지 알 것 같지 아니한가?
제주도는 서울 면적의 3배 정도이다. 인구는 아직 70만 명을 넘기지 못한 상태이다. 개발이란 최소한의 절제와 최대한의 효율이 적용된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규제와 압박은 능사가 아니다. 내면까지 깊이 들여다 보고 성찰할 수 있는 능력과 노력이 없다면 아예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진행해 실패할 경우 마주치는 위기는 감당할 수 없는 거다. 안 되면 그만 혹은 수정해서 다시 해보겠다는 무책임한 개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장관이 된 분은 최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많은 디벨로퍼들을 만나고 다양한 제안을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 하지만 본 뿌리가 잘못된 정책에 대대적으로 수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잔가지를 붙여 봐야 대수롭지 않은 잔바람에도 툴툴 떨어져 나갈 뿐이다. 지난 과오에 용서를 구하고 정상을 찾을 각오가 아닌 개혁은 절대 개혁이 아니다. 그건 아집과 독선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엊그제 아무개와 아무개가 싱가포르 하늘정원을 빗대며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몽상을 전하는 내용을 접하면서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그렇게 열심히 쓰면서도 남은 대한항공 마일리지만으로도 제주도를 오십 번은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해외를 다니셨던 선배님에게서 그 담화를 보다 어이상실로 전원을 꺼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난 그들에게 묻고 싶다.
싱가포르에 가보기는 했니?
가보긴 했을 가능성이 높은 건 알 것 같은데 대체 싱가포르 어디까지 가봤니?
기껏 쇼핑몰이나 다녀봤겠지.
기껏 정부 주요 인사 대접을 받으며 싱가포르의 자랑이 될 만한 명소나 둘러봤겠지.
그게 뻔하고 뻔한 해외연수 일정이니까.
그러니 뭔들 제대로 알겠니?
난 잘 모르겠지만 싱가포르 서민들의 삶을 알긴 아니?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 현지인 친구가 있다면 물어나 보면 좋을 것을...
하긴, 국내에서조차 서민들 사는 모습을 살피지 않는 그들에게 무얼 바랄까...
참고로, 난 싱가포르 현지인 친구가 있지만 싱가포르에 가본 적이 없다. 내가 말레이시아에 놀러 갔을 때 싱가포르 친구가 차를 몰고 놀러 온 적은 있지만 말이다. 말레이시아와 딱히 다를 것 없는 환경인 곳이라고 알고 있다. 가본 적도 없는 싱가포르에 대해 어쩜 이렇게 아는 척을 하나 싶겠지만 이 정보들 모두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알 수 있는 정보다. 넓고 넓은 인터넷의 바닷속엔 이렇듯 많은 정보들이 산재해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보조차 모르고 싱가포르 정책을 롤 모델로 잡겠다느니 하는 오판을 하는 위정자들을 보노라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고 그리하여 이렇게 아침부터 장문의 글을 써버리고 말았다.
아침에 화장실에서부터 쓰기 시작한 글을 사무실에서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