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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24. 2021

19.관광객은 모르는 로컬 맛집,김서방재첩해장국

무한리필 수준의 전라도식 제주도 음식점

요즘 제주도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난리도 아니라고 한다. 오죽하면 나 조차도 렌터카 가격이 무서워 제주 집에 가본 지가 3개월이 지났을 정도 되었을 지경이니까 말이다.

제주도를 관광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은 지극히 제주스러운 음식을 찾아다닌다. 외지인들이 착각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제주도민은 귤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지극히 제주스러운 음식만 먹고 살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제주도민 중 동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트에서 귤을 사 먹는다. 제주도민이 아닌 사람들은 제주도를 통 떨어 생각하지만 제주도는 서울 면적의 세 배나 되는 큰 섬이다. 길이 하나도 안 막힌다 해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2시간이나 걸리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서울시와 용인시 정도의 거리라고 해도 무방하다. 게다가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가장 가깝게 연결하는 1100고지를 넘는다 해도 1시간은 잡아야 한다. 제주시와 대정읍을 연결하는 평화로나 제주시와 표선읍을 연결하는 번영로를 이용한다 해도 1시간은 족히 걸린다. 게다가 제주시에 들어서면 수도권 못지않다. 과밀화된 도심의 기능 때문에 교통체증은 일반적이라고 봐야 한다.

맛집 이야기는 하지 않고 웬 소린가 싶겠지만 제주도민 역시 서울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노형동 제주 도심에 있는 먹자골목에 가면 유난히 해장국집들이 많다. 제주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건 아닐 거다. 관광객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모이세, 미풍도 있고 서울에 같은 상호로 가짜 분점이 생겨 말이 많은 은희네도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김서방재첩해장국은 관광객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이 글 때문에 또 입소문 나는 게 아닐까 싶지만 뭐 어쩔 수 있나? ^^

어쩌다 제주도민 비슷한 상황이 되어버린 나도 몰랐던 이 식당을 알게 된 후로 가끔 찾게 되는데 음식은 그냥 쭉 한결같다. 매일 가라면 식상할 수 있겠지만 가끔 찾아가면 "음~ 이 맛이야!"를 연발할 수 있다.




최근 가격이 천 원 올랐다는데 그래 봐야 9천 원이다. 계란 프라이도 나오고 제육은 무한리필이나 마찬가지다. 어차피 먹어 봐야 얼마나 먹겠냐만 말이다. 마른 김에 깨소금 가득한 간장을 찍어 먹는 것도 그렇고, 조개젓도 아주 맛나다. 간장게장도 짜지 않고 맛깔스럽다. 꽃게가 아니라 밥도둑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밥을 어지간히 훔쳐갈 능력은 있다.

특히 김치들을 맛보면 이 식당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 수 있을 거다. 김서방은 아마도 제주도 여자에게 장가들어온 어느 지역 총각이었을 것 같다.



이렇게 상차림이 간단하지만 제주도민의 사랑을 받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저번에 방문했을 땐, 성게 미역국 맛이 궁금해서 주문해 봤다. 성게의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미역과 잘 어울린다. 제주도에 어지간한 관광객 맛집들을 가면 성게 미역국이 최소 만 원 이상인데, 여기는 그렇게까지 비싸게 팔지 않는다. 그랬다간 도민 단골은 죄다 끊길 테니까 말이다.

재첩 해장국에 수북한 부추와 바닥에 두텁게 깔린 재첩이 맛나다. 오래전 섬진강 화개장터 시장 골목에서 맛보았던 첫 느낌이 살아났던 기억이 있다. 재첩의 독특한 향 때문에 재첩국을 못 먹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난 못 먹는 음식이 없어서 탈이라... 그게 문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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