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밀면을 상상하지 말라. 밀면에 담긴 제주를 맛보라.
첫 방문 후로도 두 번을 더 갔지만 한 번은 문을 닫아 다른 식당으로 향했던 적이 있다. 모슬포는 우리 집이 있는 성산에서 정반대 위치라 자주 갈 순 없지만 모슬포에 가면 즐겨 찾는 몇 곳의 식당 중 한 곳이 바로 하르방밀면인데 가급적 꼭 들러 식사를 하곤 한다.
관광객들에게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다행인데 이 글이 또 다음 메인에 뜨게 될 가능성이 높은 지라 이 식당 역시 관광 맛집이 되어버리는 건 아닌까 하여 걱정이 되긴 한다.
이게 2년 전 방문 때 촬영한 사진이니 가격은 변동이 있을 순 있겠다. 첫 방문 후론 왜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식당 가서 사진을 찍어둔 덕에 이렇게라도 맛집 소개하는 글이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이게 취미 아닌 취미가 되어버린 것도 웃긴 일이다. 아무튼 가격은 정성에 비해 매우 착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르방밀면의 만두는 다른 곳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만두소는 말할 것도 없다. 은은한 연둣빛이 나는 만두피는 톳과 해초를 갈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사진에서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찰기가 흐르는 얇은 만두피가 찢어질 정도로 꽉꽉 찬 만두소는 재료를 아끼지 않는 손님에 대한 진정성이 담뿍하다. 이 만두는 하르방밀면에 가지 않으면 대한민국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말 그대로 독창성이 돋보이는 유일무이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밀면! 면발이야 말할 것도 없고, 부산에서 밀면 좀 먹어봤다는 사람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똥찬 제주도 일품 밀면이다. 얼음 동동 뜬 진한 육수는 말해 무엇하리. 정말 이 계절에 이보다 값진 음식도 드물 것 같다. 한때 부산의 밀면 맛집에 꽂혀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면 제주도에서 이런 기가 막힌 밀면을 맛볼 수 있다는 건 복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제주는 제주다. 2005년에 오픈해 지금까지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모름지기 맛집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외고집으로 맛을 유지하는 것은 다양한 손님들의 다양한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갈 수 있는 나름의 도를 닦는 것과 같다.
앞으로도 자주 들르게 되겠지만 제주 동쪽 끝 성산에서 서쪽 끝 모슬포까지 낚시를 다니는 나로서는 자주 들르지 않을 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