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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15. 2021

21.제주에서 맛보는 정갈한 북한음식,서귀포대동강초계탕

한 번 가면 두 번, 세 번 가게 되는 제주스럽지 않은 맛집

제주에서 웬 북한 음식이냐고?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이 곳을 만나기 전엔 제주에서 굳이 북한 음식을 먹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TV를 안 보는 내게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은 당연히 생소했지만 나도 귀가 있어 이연복 셰프 이름 정도는 익히 들어본 터였다. <북식대첩>이라는 단어는 너무 생소했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있었다.



초계탕이야 가끔 먹는 음식인데 대동강초계탕은 처음이었다. 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제주에서 처음 만난 대동강초계탕이라니!



제주스럽게 꽃이 만발하던 어느 날이었다. 제주도 성산에 사시는 어머니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 싶으시다는 선배님의 교지를 받들어 서귀포시로 향했다. 서귀포에서 손에 꼽을 만한 맛집이 있다는 선제 설명이 있었다. 이미 제주스러움을 뛰어넘은 우리는 더 이상 제주스러움이 불필요한 존재라 그보다 좀 더 특이하고 진짜 맛난 식당을 원했는데 어쩜 이리 딱 와 닿는 식당이 있었던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팔당에서 자주 먹던 초계탕의 대동강 버전인 거다. 그러하기에 익숙한 음식의 북한 방식의 새로운 접근법이 묘한 기대를 불러왔던 것이다. 1인분에 15,000원이라는 가격이면 그다지 비싼 것도 아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관광식당들이나 관광객에게나 익숙한 블로그 맛집들에 비해 너무나도 저렴한 가격인 게 분명했다. 물론 현지인이나 다름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관광객들 다니는 식당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으니 가격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손님들이 빠져나가 한산했다. 식당 홀엔 털을 홀딱 벗은 초계가 플라스틱 소쿠리 안에 일사불란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선배님은 메뉴판에 있는 음식은 모조리 주문할 작정으로 이것저것 메뉴를 읊었다. 과연 그것들을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쨌거나 싹 비우고 나왔으니 맛은 검증된 거라고 볼 수 있다.



요건 닭무침이다... 적양배추와 잣이 고명으로 올려지니 닭무침과 매우 잘 어울렸다. 역시 음식은 코로 맡고 눈으로 보는 게 큰 몫을 한다. 새콤달콤한 닭무침 사진을 보니 입에 절로 침이 고이는 걸 보니 뇌는 이 맛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오븐에 구운 것으로 보이는 닭날개는 당하지 않은 열기에 익혀진 듯, 식감도 좋고 먹을 것도 제법 많아 좋았던 것 같다. 뭐랄까? 군더더기 없는 상차림이 단출해 보이면서도 의외로 풍족하게 테이블 분위기를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바삭하고 고소한 메밀전도 한몫했다. 애피타이저로서 손색이 없는 음식들이 줄을 지었는데 이러다 본 메뉴를 먹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으니까.




드디어 나왔다. 대동강초계탕이다. 오색 찬란한 초계탕이 팔보채 같은 느낌을 주긴 하는데 해파리냉채 비슷하단 생각이 들게 했다. 비주얼이야 어쨌든 새콤달콤한 소스가 담뿍인 대동강초계탕은 날이 더워지는 요즘 같은 때 별미가 아닐 수 없다. 팔당의 초계탕 전문점들 역시 더위가 한츰 다가온 요즘 더욱 북적이는 걸 보면 그럴 만한 이유는 충분하지 싶다. 요즘 업무가 바빠 제주도 집에 자주 못 내려가는 편이라 대동강 초계탕이 더 땅기는 것 같다.



우리 집 만두는 이북식 만두이다. 엄마는 만두피를 만들기 귀찮을 때마다 이렇게 굴림만두를 해주시곤 했는데 마침 함께 간 식당에서 이런 메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반갑다는 느낌도 그랬지만 이런 메뉴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다는 걸 증명하게 된 날이었다. 아직 맛집 수련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고......



비비기 전과 비빈 후의 사진을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재료를 아까지 않은 게 여실히 돋보이는 대동강초계탕. 상큼한 맛이 사진으로 전해지는 것 같지 아니한가? 식감 또한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담백한 닭가슴살과 갖은 야채가 달콤 새콤한 소스에 버무려진 이 음식은 역시 여름 보신용이나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빨간 양념장이 토핑 된 비빔냉면이 후식 급으로 나왔다. 이미 배가 불러 죽을 지경이었지만 이것 역시 식도 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갔던 걸 보면 맛에 있어선 두 말할 이유가 없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엄마 집에서 가깝지 않은 서귀포지만 날이 더운 요즘 같은 때 엄마 모시고 또 다녀와야만 하는 must vist place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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