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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pr 21. 2021

30년 맛집, 26탄-온천의 낙원에 낙원회관이!

시골 맛이 다 그렇지는 않다

이틀 연달아 갔을 만큼 요즘 아산 출장이 잦아졌다. 아산과는 전생에 무슨 연이 있었는지 전혀 관계가 없는 업무들이 아산과 닿고 있다. 기억 속에 있던 수년 전의 아산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산은 건설의 신바람을 맞고 순풍을 타고 있었다. 서울에 붙은 인천이 빛을 보지 못했던 것처럼 천안 옆에 바짝 붙은 아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온천 단지를 세 개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하지 못했던 아산이었지만 분양가상한제 덕분에 오히려 득을 보고 있는 지역인 거다. 전 정권에서도 실패한 정책을 아무런 검증 없이 다시 갖다 얹은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분산 개발을 의도한 게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하게 만들 정도니까.

고속도로가 연결되고 국도가 확장되고 신도시가 개발되는 개발 뒤엔 농지가 사라지고 산은 깎여 나가며 아산은 조금씩 옛 모습을 잃고 있었다. 그걸 그릇된 시각으로 보는 건 절대 아니다. 개발이란 건 최초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왔으니 말이다.

아산시청에 자주 드나들던 수년 전 나는 아산시청 앞에 있던 오래된 맛집 하나를 발견했다. 아산 출장이 잡히면서 제일 먼저 머릿속을 스쳤던 그 집...... 하지만 아산시청 앞의 그 집은 재개발의 열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안타까운 건 상호를 기억할 수 없었다는 거다. 그 정도 맛집이면 분명 어디론가 옮겨 영업하고 있을 게 분명할 것이니까.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무려 삼십여 분 동안 주변을 뱅뱅 돌았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상호 조차 모르는 내 기억이 돌아올 리 없다.

그러다 우연히 발굴한 이 집, 낙원회관이 오늘의 주제다. 그저 <30년 전통>이라는 간판 속의 몇 자가 나에게 어서 들어오라며 꼬드기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처음엔 무시하고 골목길을 한 바퀴 더 돌았다. 좀 더 매력적인 곳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낙원회관 앞에 주차를 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번 방문은 왠지 의도가 있는 방문이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이다. ㅋㅋ (물론 그럴 일은 없지만)



입구에 곡을 준 PC(폴리카보네이트) 덮개가 있는 허름한 건물에 기껏 해야 10년 정도 됐을 간판이 달려 있다. 다행히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시청 직원이나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여유 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이 착한 가격! 강남에선 구경할 수 없는 숫자다.



주문할 때 혼자라서 그런지 누룽지는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스쳐 들었는데 상을 받아 놓고 보니 누룽지가 빠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완전히 시골밥상 그 자체다. 반찬의 가짓수도 적당하고 특히 사이즈가 큰 고등어가 아주 매력적이다. 시골스러운 상차림의 핵심은 재료의 선도에 있다. 아래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갓 뽑고 뜯어서 반찬을 만들었을 것만 같다. 봄 아니랄까 봐 봄 냄새 물씬 풍겨 나는 반찬들을 보노라니 사진 찍을 시간도 아깝긴 했다.



생선구이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신뢰하게 만드는 고등어구이. 수분이 날아가지 않은 기름진 고등어 살을 맛보면 이 집이 왜 생선구이 전문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조밥. 그러고 보니 어릴 땐 자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젓가락 신공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젓가락으로 조를 골라 먹을 수 있었던 젓가락질이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그냥 쌀밥도 아닌 조밥도 감동스러웠지만 겉절이와 오징어가 들어간 장조림, 고사리무침, 오징어젓갈, 계란찜까지 그냥 엄마가 해준 밥상이라 해도 될 것 같았다. 진짜 오랜만에 밥 같은 밥을 먹을 것 같았던 기억이다. 정말 반찬까지 몽땅 바닥을 비우고 나왔는데 이렇게 해서 8천 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학창 시절, 학교 구내식당에서 800원짜리 먹던 기억에 비하면 무려 열 배에 달하는 가격이지만 서울의 어지간한 맛집에서 이 정도 음식을 먹으려면 적어도 몇 천 원 정도는 더 지불해야 할 거다.






짜잔~~~~

다음 주 또 낙원회관을 찾아갔다. 이번엔 두 명이 간 거다. 업무의 연장선이 생겨 다시 아산을 찾아갔으니 동료에게도 이 맛을 전해주고 싶었다.



생선구이 받을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혼자 왔을 때보다 찬이 더 많아졌다. 흠~~ 찬이 몇 가지 더 늘었는데 역시 맛없어 보이는 건 단 하나도 없다. 게다가 좋아하는 고추장아찌까지~

나중에 알았지만 마요네즈가 범벅이 된 샐러드는 완전 감동이었다. 다른 찬들은 하나씩 촬영해 두었지만 샐러드는 그냥 팽개쳐 두었는데 후회스러웠다. 집에서도 잘 안 먹는 과일들이 죄다 샐러드가 되어 있었다. 말 그대로 과일 샐러드라고나 할까? 포도, 귤, 사과 등 대여섯 가지 정도 되는 과일인데 기본 재료만 해도 가격이 나갈 거란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흐미~ 이 사랑스러운 녀석들. 몽땅 먹어버릴 테닷!



이번엔 생선구이로 부족할 것 같아 소머리수육을 주문했다. 이 엄청난 양이 겨우 2만 원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황당하다고나 할까? 한 주먹 정도나 나올까 싶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을 수도 없었다. 절반은 강아지 줄 생각으로 챙겨 오고 말았으니 말이다.



곤지암최미자소머리국밥집 이후로 소머리와 관련된 음식은 이 집이 처음인 것 같다. 콜라겐 덩어리라고 해야 될 소머리. 상상만 하자면야 착한 눈망울을 한 소 얼굴이 생각나 너무 잔인하고 무섭지만 음식인 걸 어쩌겠나. 맛있으니 상상은 금지다.



이번엔 잘 보니 조만 들은 게 아니었다. 많지는 않지만 흑미도 있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낙원회관이다. 고등어회와 청어가 나왔는데 청어보다는 고등어 두 덩어리 주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취향의 차이겠지만 말이다.



상을 다 차려 놓으니 이만큼. ^^ 만족도 급상승!



저번엔 구경할 수 없었던 누룽지다. 뻔한 밥이지만 많이 다른 낙원회관의 이 맛을 언젠가 다시 맛볼 날이 다시 오지 않을까? 왜냐고? 다음에 아산 내려갈 땐 바로 옆집으로 갈 거니까.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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