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는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파주로 향하는 자전거길엔 다양한 연령층의 라이더로 붐빈다. 다른 코스와는 달리 거의 평지라 큰 무리 없이 편하게 달릴 수 있어서 그런지 나들이로 자전거 여행에 나선 가족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강 옆으로 난 길은 자동차와 함께 쓰는 도로여서 조금은 위험한 편이라 최근 하천을 정비하여 조성된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서울과는 달리 중간에 보급이 가능한 곳이 많지 않으니 음료 등은 꼭 챙기는 게 좋다. 또한 자전거에 이상이 생기면 달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외곽으로 라이딩을 다니는 자전거 동호인들은 익히 알고 있는 사항이긴 하다.
파주 헤이리에는 유명한 맛집이 정말 많다. 내가 헤이리를 다닌 햇수만 해도 거의 삼십 년은 됐으니 지금까지 성업하는 곳은 이미 유명하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오래된 식당이야 그렇다 치고 이곳 파주뼈칼국수는 개업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대기줄을 서야 했다. 줄 서는 걸 워낙 싫어해서 아무리 유명한 맛집이라 할 지라도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되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편인데 난 줄을 서고 있었던 거다. 파주뼈칼국수를 인정한 셈이다.
난 두 번 다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다. 이미 자전거 동호인들에겐 입소문이 나 있는 상황이라 우리 말고도 꽤 많은 자전거가 식당 앞을 전시하고 있었다. 식당 안엔 형형색색의 쫄쫄이 복장의 라이더로 바글바글하다.
목재를 이용한 심플한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교하제면소라는 부가적 상호가 자꾸 눈에 밟혔다. 제면소라면 단어 그대로 면을 만드는 곳 아니던가? 그렇다면 혹시 면 공장에서 직영하는 국숫집이란 말인가? 머릿속에 행주국수가 스쳤다. 면발 좋고 가격 착한 기분 좋은 맛집이다. 그러고 보니 행주에도 맛집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팔당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 걸 보면 자전거 동호인들의 자전거 여행엔 맛있는 먹거리가 꼭 끼어 있다.
왜 그런지 도통 이해할 순 없지만 국숫집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만두 아닌가. 역시 만두를 놓치지 않았다. 직접 담근 김치와 깍두기가 만두와 궁합이 잘 맞았다. 나무 그릇에 파채를 올리고 윤기가 잘잘 흐르는 만두가 올려져 있다. 사진엔 없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는 사진 찍는 걸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대 없이 먹었다간 놀라버릴지도 모른다. 기대는 금물이 아니다.
비주얼이 남다른 파주뼈칼국수다. 내 식도락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지 뼈칼국수라는 요리는 이 곳이 첫 경험인지라 기대가 남달랐다. 이곳을 알게 된 후 어디서도 뼈칼국수를 만난 적이 없는 걸 보면 이 집만이 가진 독특함 아닐까 싶다.
돼지 비린내 같은 건 전혀 없다. 연노랑의 계란 고명이 담뿍 올려진 뼈칼국수는 신선함을 강조하는 초록색 파 조각들과 잘도 어울린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이 뼈칼국수의 맛이 궁금할 것이다. 보통은 칼국수에 매콤한 양념장을 넣어 먹던 습성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 맛을 봤다. 푹 삶아져 연하게 녹은 살코기와 국물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면은 쫄깃하고 담백하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 설거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먹고 말았다.
모처럼 반포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파주 헤이리까지 달려간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역시 여행의 완성은 음식이고 거친 운동을 만족시키는 건 맛있는 음식 아닌가 싶다. 파주에 많고 많은 맛집들이 즐비하지만 파주뼈칼국수를 놓치면 절대 후회할 거라고 장담한다.
다음 주엔 제주도 집에 다녀와야 하니, 2주 후 다시 맛보러 가련다. 기다려라~ 뼈칼국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