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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Oct 05. 2022

86.매워서 죽을 맛, 건대 마라룽샤

진짜 마라의 매운맛을 느껴본 적이 있을까? 난 여기서 주방 아주머니와 한판 승부를 겨룬 적이 있다. 좀 더 매운맛, 좀 더 매운맛을 요구하며 무려 세 차례나 음식을 주방으로 되돌린 거다. 내가 그렇게까지 요구를 했음에도 군말 없이 맵게 만들어 내며 경쟁을 한 것 자체가 그들의 마인드를 인정하게 했다. 모르긴 해도 다른 식당에 가서 그랬다면 당장 표정에 오만 가지 느낌이 표현됐을 거다. 그래도 친절한 사람이라면 한 번은 봐줄 수도 있겠지만 두 번, 세 번에 걸쳐 그랬다면 당장 꺼지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사진이 뒤죽박죽이다. 아마 맨 밑의 사진이 최종 버전이었던 것 같다. '맵게!' '좀 더 맵게!'를 외치며 두 번이나 물러서 세 번째 받은 이것! 이 날은 무슨 컨디션이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는데 매운맛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매운맛을 맛보고자 했다. 마지막 버전의 마라룽샤다.

난 서빙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고 말았다.


너 이제 죽었다!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나의 손이 마라룽샤에 닿아, 껍질을 벗기고, 한 입 베어 물고, 오물오물 씹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과정을 또렷이 지켜보고 있었다.

흠! 나는 보란 듯이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입에 털어 넣었고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표정에 다 그려져 있었다.


끝장났군!



그래! 맞다! 난 죽을 뻔했다. 하지만 마라룽샤의 '마'는 '마비시킨다'는 의미의 글자다. 내 혀는 곧 매운맛에 중독된 것인지 맵고 고통스러운 마의 비밀을 깨우친 거다. 결국 다 먹고 말았다. 아주머니는 별 황당한 놈 다 보겠네, 하는 표정으로 나를 지켜봤다.



우동사리까지 주문해 비벼서 먹었을 정도로 내 혀는 '마비'된 상태였던 것 같다.



함께 주문한 것들도 몽땅 먹어 치웠는데 아마 이 날 나의 상태는 뇌가 마비된 게 아니었을까 싶다.



아마 하얼빈 맥주가 아니었으면 난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땡땡주류에서 판매하고 있던데 아무래도 진짜 하얼빈 맥주가 제대로 맛있다. 오래전 칭따오 맥주가 정식 수입되기 전에 보따리장수들이 배편으로 들여온 진짜 칭따오 맥주를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무튼 국내 유통되는 것들은 죄다 맛이 헐겁다. 물 타지 않은 맥주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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