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뒤죽박죽이다. 아마 맨 밑의 사진이 최종 버전이었던 것 같다. '맵게!' '좀 더 맵게!'를 외치며 두 번이나 물러서 세 번째 받은 이것! 이 날은 무슨 컨디션이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는데 매운맛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매운맛을 맛보고자 했다. 마지막 버전의 마라룽샤다.
난 서빙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고 말았다.
너 이제 죽었다!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나의 손이 마라룽샤에 닿아, 껍질을 벗기고, 한 입 베어 물고, 오물오물 씹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과정을 또렷이 지켜보고 있었다.
흠! 나는 보란 듯이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입에 털어 넣었고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표정에 다 그려져 있었다.
끝장났군!
그래! 맞다! 난 죽을 뻔했다. 하지만 마라룽샤의 '마'는 '마비시킨다'는 의미의 글자다. 내 혀는 곧 매운맛에 중독된 것인지 맵고 고통스러운 마의 비밀을 깨우친 거다. 결국 다 먹고 말았다. 아주머니는 별 황당한 놈 다 보겠네, 하는 표정으로 나를 지켜봤다.
우동사리까지 주문해 비벼서 먹었을 정도로 내 혀는 '마비'된 상태였던 것 같다.
함께 주문한 것들도 몽땅 먹어 치웠는데 아마 이 날 나의 상태는 뇌가 마비된 게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