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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Aug 25. 2021

44.삼성동 칠백식당 vs 7%칠백식당

어디가 원본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한 두 식당

삼성동에 꽤 이름난 소고기 전문점이 있다. 내가 다닌 것만 해도 5년 정도는 된 것 같은데 늦게 가면 줄을 서야 해서 기다리다 지쳐 돌아온 적도 있다. 줄 서는 걸 워낙 싫어하는 나는 유명한 식당에 갈 생각이면 줄 안 서도 될 정도로 일찍 가는 편인데 칠백식당은 그런 것도 잘 안 통하는 식당 중 하나이다. 홀이 좁아 손님을 많이 받을 수도 없고, 술자리가 아닌 자리는 있을 수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손님이 자리를 잡으면 좀처럼 빈자리는 나지 않는다. 한 번은 지인들 데리고 가서 양껏 먹어보라고 했다가 허리 휘는 줄 알았던 기억이 있는데 아무튼 칠백식당의 소고기 품질은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칠백식당이 말하는 '칠백'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게 뭔지 궁금할 것 같다.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700미터 고지에서 키운 소라는 걸 강조한 거다. 평창의 슬로건이 'happy 700'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삼성동 이면도로 안에 자리 잡은 칠백식당의 상차림은 상당히 단출한데 풀떼기라는 저급한 표현이라 미안하지만 어쨌든 신선한 풀떼기 덕에 고기 맛이 배가되는데 특히 상추겉절이가 일품이다. 칠백식당은 지금도 연탄불을 쓰는데 어디선가 귓동냥으로 들었던 기억으론 고기 굽는데 연탄불에서 나오는 원적외선과 온도가 딱이라 들었다. 아무튼 어쨌거나. ㅎㅎ



하도 자주 가서 사진이 많지만 정성을 들여 촬영한 게 없어 이 정도 사진이 최선이긴 한데, 조명이 어두워 일반 스마트폰으로 더 이상 괜찮은 사진을 뽑아내긴 힘들 것 같다. 정성 부족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위 사진은 모둠 2인분이었을 거다. 그렇게 소고기를 좋아하면서도 아직까지 고기를 봐도 어느 부위인지 잘 모르는 게 좀 한심하긴 하지만 맨 앞에 있는 부위는 매우 야들야들하고 기름지다. 우지가 몸에 좋지 않다고들 하지만 그냥 맛있는 건 맛있는 거다.



각 부위를 최대한 음미하려고 부위별로 구워 먹었다. 이 날도 둘이 가서 먹었지만 역시 2인분만 가지고는 어림 반푼 어치도 없다. 언제나 마찬가지였지만 추가에 추가로... ㅎㅎ

당연히 술은 쭉 이어졌음이다.



주머니가 홀가분한 나 같은 사람을 위한 메뉴가 있다. 다름 아닌 곤드레밥에 된장국이다. 사실 강원도 가면 지천에 널린 게 곤드레인데 서울에선 귀한 대우를 받는 게 곤드레다. 집에 워낙 쌓아놓고 먹는 편이라 별로 대수롭지 않은 곤드레밥이지만 함께 갔던 녀석은 맛있게도 먹더라는...

아무튼 칠백식당의 소고기는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소고기 전문점 중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다. 사진은 없지만 이 식당의 대표적인 특색이 있다. 디스플레이 효과가 있는 묘하게 생긴 정육 전용 냉장고가 있는데 싱싱한 육질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칠백식당은 정육식당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주방에서 고기를 바로바로 썰어서 나오는데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바로 칼질당한 게 느껴질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칠백식당에 손님이 너무 많아져 세 번 가면 한 번 정도는 발길을 돌려야 하는 최근이었다. 마침 한우를 사기로 약속을 하기도 했었고, 다른 메뉴로 대체하기는 싫어서 인근의 한우 전문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난 어지간해서는 인터넷으로 식당을 찾지 않는 편인데 어쩔 수가 없었다. 삼성동에서 단골 식당인 칠백식당을 대체할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던 거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적이던 나는 황당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칠백식당이 또 있다? 그런데 상호를 잘 보니 칠프로칠백식당, 7%칠백식당인 거다. 대체 뭘까? 엄청나게 고민하던 나는 음식 사진을 보며 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흡사한 비주얼이었던 것이다. 연탄불, 그릇, 메뉴, 고기를 담은 접시 등등 거의 복사판이나 마찬가지였다. 별 신기한 일을 경험한다 싶어 무작정 예약을 넣고 코엑스 이면도로의 칠프로칠백식당을 찾아갔다.



세상에.... 정말 비슷했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됐지만 칠프로칠백식당은 분점이 꽤 많이 늘어가고 있다.



말이 필요 없었다. 아무튼 고기 육질이나 뭐나 칠백식당과 비교해서 다를 게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고기가 다 거기서 거기 같지만 차이가 있을 법도 한데, 차이를 느끼지 못했으니 황당함을 극복하기까지 꽤 오래 걸린 것 같다.



고기로 어지간히 배를 채우고도 냉면이 당겨 주문했는데 이건 청양고추가 제법 들어가 칼칼한 맛이 강한 냉면이었다. 좀 독특한데 기름진 고기를 먹고 칼칼하게 입을 씻어내기엔 좋은 메뉴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역시 그 후로도 원래 다니던 칠백식당만 쭉 다니긴 하지만 칠프로칠백식당이나 칠백식당이나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친구들은 나를 소고기 중독자라고 하는데 난 자주 먹을 뿐이지 많이 먹는 사람은 아니다. 지금까지 고기 부위도 모르고 먹어치우는 꼴을 봐도 그렇다. 알면 피곤한 일이 많아져 공부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ㅎㅎ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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