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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Oct 21. 2021

45.한잔 후 속 풀기 좋은 해운대 기와집대구탕

대구탕의 지존급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다

부산 사람들이야 어떨지 몰라도 외지 사람들은 부산에 가면 어떻게든 기를 쓰고 맛집을 찾아간다. 저녁엔 술안주 거리, 아침엔 해장 거리를 찾아 부산 구석구석 누비고 다닌다. 내 브런치 계정에 보면 30년 이상 된 맛집만 소개하는 <빗맞아도 30년> 시리즈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해운대 기와집 대구탕은 아직 30년이 되지 않아 <주정뱅이 한작가 맛집>에 소개한다. 물론 머지않아 30년이 되겠지만 이 글을 쓰는 현시점에선 그렇다.


해운대 기와집 대구탕은 매콤한 다진 양념이 일품인 식당이다. 세 번 부산엘 가면 한 번은 이 식당을 찾게 되는데 이유는 사실 별 거 없다. 저녁에 한잔 하고 아침에 대구탕 한 그릇이면 언제 술을 마시기나 했냐는 듯 속이 개운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난 술 마시고 속 쓰리거나 부대낀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하더라.)



그렇게 자주 다니고도 사진이 많지 않은 건 허겁지겁 먹기 바빠서였던 것 같다. 처음 갔을 땐 인스타 같은 것도 안 하고, 맛집 소개하거나 하는 글도 안 쓸 때라 아예 사진 찍을 생각도 안 했었다. 심지어 카카오톡조차 안 쓸 때였으니 말이다.(카톡 사용한 게 이제 기껏 2년 남짓 되었을 정도인데 난 통신 자체를 귀찮아하는 게으름뱅이다.) 이 사진은 약 2년 전에 촬영한 것 같다. 뉴스 빼곤 TV를 거의 안 보는 터라 연예인을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기에 저 많은 사인의 주인공들 중 아는 이름도 별로 없지만 아무튼 유명인들이 꽤 많이도 다녀간 모양이다. 입맛은 공정한 거니까!



기본적인 상차림은 이렇다. 언제 가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던 것 같다. 마늘장아찌가 딱 경상도 스타일이다. 이 식당은 대구탕에 진정성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난 반찬 류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별 대단할 거 없어 보이지만 대구 사이즈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원래 대구 머리 요리는 커다란 대구 머리로 승부가 난다.



사진 찍은 게 성의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 배가 고파서 그랬을까? ㅋㅋ

아침부터 배 터지게 밥을 먹는 게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매콤한 국물에 도톰한 대구머리살이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모른다.



사실 해운대기와집 대구탕의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바로 이거다. 얼마나 매운지 처음 갔을 땐 순댓국 먹을 때 넣던 수준으로 한 무더기 퍼 넣었다가 기침에 재채기에 아주 죽는 줄 알았다. 매운 음식을 꽤나 잘 먹는 편에 속하는 난데... 이건 간 보면서 양을 조절하는 게 좋다. 첫날 당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매운 국물이 코로 나와서 오전 내내 괴로웠던 것 같다. 코 속이 얼얼해서 내 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지경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심심한 대구탕 국물에 이 매운 양념 적당량 넣으면 속풀이에 최고다. 해운대를 다 털어 해운대기와집 대구탕 이상 가는 해장용 메뉴는 없다고 본다.



여긴 경관도 꽤 좋다. 마당으로 나오면 엘시티가 웅장하게 서 있고 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최근 관광용 철도가 개통되어 운행되는 것도 보인다. 밥 먹ㄱ 달맞이고개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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