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탕의 지존급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다
해운대 기와집 대구탕은 매콤한 다진 양념이 일품인 식당이다. 세 번 부산엘 가면 한 번은 이 식당을 찾게 되는데 이유는 사실 별 거 없다. 저녁에 한잔 하고 아침에 대구탕 한 그릇이면 언제 술을 마시기나 했냐는 듯 속이 개운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난 술 마시고 속 쓰리거나 부대낀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하더라.)
그렇게 자주 다니고도 사진이 많지 않은 건 허겁지겁 먹기 바빠서였던 것 같다. 처음 갔을 땐 인스타 같은 것도 안 하고, 맛집 소개하거나 하는 글도 안 쓸 때라 아예 사진 찍을 생각도 안 했었다. 심지어 카카오톡조차 안 쓸 때였으니 말이다.(카톡 사용한 게 이제 기껏 2년 남짓 되었을 정도인데 난 통신 자체를 귀찮아하는 게으름뱅이다.) 이 사진은 약 2년 전에 촬영한 것 같다. 뉴스 빼곤 TV를 거의 안 보는 터라 연예인을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기에 저 많은 사인의 주인공들 중 아는 이름도 별로 없지만 아무튼 유명인들이 꽤 많이도 다녀간 모양이다. 입맛은 공정한 거니까!
기본적인 상차림은 이렇다. 언제 가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던 것 같다. 마늘장아찌가 딱 경상도 스타일이다. 이 식당은 대구탕에 진정성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난 반찬 류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별 대단할 거 없어 보이지만 대구 사이즈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원래 대구 머리 요리는 커다란 대구 머리로 승부가 난다.
사진 찍은 게 성의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 배가 고파서 그랬을까? ㅋㅋ
아침부터 배 터지게 밥을 먹는 게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매콤한 국물에 도톰한 대구머리살이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모른다.
사실 해운대기와집 대구탕의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바로 이거다. 얼마나 매운지 처음 갔을 땐 순댓국 먹을 때 넣던 수준으로 한 무더기 퍼 넣었다가 기침에 재채기에 아주 죽는 줄 알았다. 매운 음식을 꽤나 잘 먹는 편에 속하는 난데... 이건 간 보면서 양을 조절하는 게 좋다. 첫날 당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매운 국물이 코로 나와서 오전 내내 괴로웠던 것 같다. 코 속이 얼얼해서 내 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지경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심심한 대구탕 국물에 이 매운 양념 적당량 넣으면 속풀이에 최고다. 해운대를 다 털어 해운대기와집 대구탕 이상 가는 해장용 메뉴는 없다고 본다.
여긴 경관도 꽤 좋다. 마당으로 나오면 엘시티가 웅장하게 서 있고 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최근 관광용 철도가 개통되어 운행되는 것도 보인다. 밥 먹ㄱ 달맞이고개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