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갔다가 황당한 사람을 만났다.
다들 카트를 밀고 줄 잘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앞에 억지로 카트를 밀어 넣는 사람.
눈치를 보니 어떻게든 끼어들 기세였다.
마침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서 죄다 엘리베이터로 몰린 탓이지만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들 다를까?
카트 앞쪽을 밀어붙이며 내 앞을 가로막는 사람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제가 먼저 오지 않았나요?"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은 가관이었다.
"무슨 소리예요? 제가 먼저 와 있었는데."
내가 장님이 아닌 이상에야 내 앞에 사람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몰랐을까?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 사람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먼저 왔고, 저기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어요."
난 속으로 생각했다.
'어디에 있든 먼저 와 있었으면 줄 안 서도 되는 거구나. 줄이란 걸 도대체 왜 서는 거지?'
순간 오래전 컬투쇼에서 소개됐던 에피소드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새치기를 하고도 잘못을 모르는 할아버지를 두고 다른 할아버지가 '지옥 갈 때도 새치기해서 가라'며 핀잔을 주었다던 이야기다.
뭐라고 한마디 해주려다 날도 더운데 모르는 사람하고 티격태격하기 싫어 무시하고 말았는데 옆에서 구시렁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생긴 게 어쩌고 저쩌고...
'그래 나 돼지다. 됐냐?'
기분이 매우 나빴고,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하니 이왕 참기로 한 거 그냥 참으면 되는 일이라 무시하고 넘어갔는데 돌아오는 내내 단어 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돼지 같은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