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코리아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다이어리를 부탁했다. 2021년도 이미 절반이나 지나버린 이때, 철 지난 다이어리를 부탁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친구에게서 다이어리 두 권을 구했다는 연락이 왔다. '어허라~'
이게 웬일인가? 완전 땡큐였다. 사실 내가 쓰려고 부탁한 것도 아닌데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회사 동료가 2020년도 레고 다이어리를 애지중지하며 쓰는 걸 보니 애틋한 마음이 들어 친구에게 부탁을 했던 거다.
그런데 친구는 마케팅팀에 가서 레고 신제품까지 하나 구해 나에게 건네주었다. 8세 이상이면 조립이 가능하다는 <8+> 표식이 되어 있었다. 내 지능이 8세를 간신히 넘겼다는 걸 어떻게 알아낸 걸까? 대단한 친구다.
이런 게 키덜트인가?
차에서 인증샷을 찍어 카톡에 올려 주었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다이어리도 두 개나 된다. 하나는 동료에게, 하나는 능력의 한계치를 느껴 나를 절필하게 만들 뻔한 천재 작가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다. 나도 하나 쓰고 싶었지만 나보다 훨씬 필요로 하는 사람이 쓰는 게 좋은 일이니까. 역시 레고의 노란색 아이덴티티가 돋보인다. 그리고 8세 이상 가능하다는 블록은 묘한 기능을 갖고 있는 듯했다. 이건 피드백을 요한다 하니 내 평생 처음으로 제품 리뷰를 한번 써볼 일이 생겨버렸다. 이런 귀한 선물을 받았으니 밥값은 해야 한다.
일단 박스 개봉은 않고 케이스만 촬영했다. 당장 뜯어 만들어보고 싶지만 일단은 참아보기로 했다. 내 손을 거쳐간 크고 작은 레고만 백 개는 될 것 같은데 얼추 계산해 보니 오백만 원은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레고의 헤비 컨슈머 아닐까? 레고에서 나에게 이 정도 선물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ㅎㅎ
이게 시작이었다.
"혹시 2021년 거 남는 거 없냐?"
이 질문에 바로 반응을 해준 친구, 정말 고맙다.
종이상자를 열어보니 두 가지 컬러의 다이어리가 담겨 있었다. 너무 예쁘다. 빨간색 레고의 로고가 돋보이는데 두 컬러 다 각각의 기품이 넘쳐흐른다. 작년 모델인 노란색 다이어리가 좀 더 레고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레고 스티커가 두 장 들어있다. 이 다이어리를 선물로 받아본 첫 느낌은 어떨까? 받아볼 사람의 표정에 흐뭇함이 눈에 선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보니 전체적으로 레고스럽다. 갑자기 주기 싫어졌다. 이게 사람의 욕심이다.
속지는 레고 블록의 페턴이 그려져 있다. 음영으로 그려진 속지가 너무 레고스럽고 레고만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 선물을 받아볼 사람의 기분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듯했다.
2022년 다이어리는 어떻게든 입수해 사용해야겠다. ㅎㅎ 이제 반년만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