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지와 2차지가 바뀐 것 같다. 1차는 잠실 새마을시장 안에 있는 새내순대국이었고 이 집이 낮술 마시고 2차로 간 식당이다. 사진에 나온 식당 사진이 밝은 걸 보면 아직 벌건 대낮인데... 역시 낮술은 밤에 마시는 술과는 다른 알싸한 게 있다.
여긴 친구 녀석이 예전부터 잘 알던 횟집 사장이 새로 낸 곳이라고 했다. 솔직히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새로 생긴 횟집이 뭔가 다른 걸 보여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간판 하나는 심플하니 맘에 쏙 들긴 했다. 난 번잡한 걸 워낙 싫어하는 편이다 보니... 글이나 번잡하지 않게 잘 쓰면 좋으련만 맘 따로 행동 따로인 걸.
아무튼 소주를 각 3병 이상 마시고 찾아온 이곳의 상호를 나중에 사진을 보고서야 알았다.
민스시! 맞나 모르겠다. 송파 어디쯤에 있다고만 들었지 정확한 위치도 아직 잘 모르겠다. 나중에 지도 찾아봐야겠다. 어차피 난 상호 외엔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으니까.
앗! 사진에 나 있다. ㅎㅎ 이런~ 나를 드디어 노출시키고 말았다. 처음 있는 일이다. 손 외엔 안 보여주는데.
일식집인가? 1차에선 친구 녀석이 술값을 냈고 2차는 내가 사겠다 했더니 비싼 집으로 가겠다는 반 협박 같은 게 있었는데 실내로 들어서면서 외관과 달리 이거 된통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이 덜 취했던 거다. 자리에 앉아 간단한 애피타이저를 먹긴 한 것 같은데 수다를 떠느라 기억나진 않는다.
어쨌거나 술 취한 놈 둘이 침을 튀며 알코올 성분 가득한 수다를 떠는데 드디어 회가 차려졌다. 오~ 역시! 당했군. 괜히 2차를 쏜다고 했던가? 후회가 막심했지만 그래도 1차에 아주 맛있고 저렴한 곳을 소개해 줬으니 이 정도는 쏴줘도 되겠다 싶어 헐렁거리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단출한 듯 보이지만 큼직한 접시 위에 올려진 여러 회들이 내 기억 속에 있는 두 곳을 띄어 올렸다. 내 브런치에 소개된 곳들 말고 조선횟집도 순위권에 있는데 아무튼 비주얼만 따져도 수준급은 되는 것 같았다. 참고로 조선횟집은 <낮술 환영>이라는 멘트와 낮술로 오는 손님에게 특별 서비스도 있어서 좋아한다. ^^
솔직히 뭘 주문했는지도 모른다. 친구 녀석이 주문한 대로 먹을 뿐이었다. 이 메뉴들 중 내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회라고 해봐야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이젠 어지간한 회는 다 섭렵해 봐서 딱히 더 대단할 것도 없는 나에게 딱 한 녀석이 손짓을 하고 있었던 거다.
다름 아닌 전복이다. 왜냐고? 뻔하디 뻔한 전복이 왜냐고? 지금까지 전복 관련 메뉴는 어지간히 섭렵했고 특히 완도의 유명한 전복 전문점에서 코스요리로도 전복을 먹어봤는데 이렇게 칼집 내서 토치로 구워서 주는 건 처음인 것이다. 아직 먹어봐야 할 게 참 많기도 많다. 요리법이 너무나도 다양하니 말이다. 오래전 자연산 전복 한 관을 통째로 숯불에 구워서 먹은 기억은 있지만!
참치도 신선하고 좋다. 그리고 여기 특징은 다른 데 있다.
와사비(고추냉이)야 뻔한 거지만, 김이 아주 제대로다. 참치는 좋은 김에 먹어야 더 맛있는 법!
초반엔 요렇게 예쁘게 김에 말아먹다가 나중에 귀차니즘이 발동해 그냥 따로따로 입에 넣는 걸로...
이건 별도로 나온 부위다. 나중에 신사동의 유명한 참치 전문점을 소개하긴 할 건데 아무튼 이 부위가 어딘지 모르겠지만(참치 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 그냥 먹기만 함) 내가 좋아하는 부위다. ㅎ
술 한 잔, 회 한 점 이렇게 저렇게 수다 한 덩어리씩 토해 내며 안주는 바닥을 비워가는데~
회가 바닥을 드러낸 것도 아닌데 난 새싹에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이 집은 새싹을 밑에 깔아주는 게 독특하다. 내가 풀떼기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아셨는지 많이도 깔려 있다. 이 많은 걸 내가 다 주워 먹고 말았으니~
멍게도 그렇고 정갈하기 그지없다.
이거 원래 주는 건지 모르겠다. 이건 정말 이 글에 큰 오류일 순 있는데 서비스는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이것까지 주고 이런 가격이었다면 왕 단골 될 판인데...
짭짤하고 달달하게 조미된 도미 머리 찜엔 볼때기 살과 지느러미 살이 아주 단단하다. 얼마나 맛있던지 이게 소주를 더 마시게 만들었으니...
어휴~ 이 글을 쓰면서 또 가고 싶게 만드는 장면이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이곳으로 저녁 술자리 멤버를 구축하고 있으니 나도 참 가지가지한다 싶다.
안주가 부족해진 것도 사실 이유가 있다. 1차를 시작한 후로 무려 5시간 가까이 되어가는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깨끗하게 씻어 예쁘게 내어 준 홍합탕과 바삭바삭하게 잘 튀겨진 새우튀김과 고구마튀김은 깔끔한 마무리로 딱 좋았다.
2차를 마치고 나왔는데 아직도 훤하다. 아무지 하지 갓 넘은 시기라지만 해도 너무 했다. 3차를 갈 수도 없고... 아무튼 술이 술을 부른다더니 역시 그랬다. 여기서 소주를 또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나진 않지만(소주병 세면서 마시는 편이 아니라) 엄청 퍼부었긴 했다.
중요한 게 빠졌다. 여기서 이렇게 먹고도 영수증엔 68,000원이 찍혔다. 이게 현실일까? 다시 가서 마시고 확인하는 수밖에. ㅋㅋ
누가 그러더라만, 이렇게 글 쓰는데 시간 많이 안 걸리냐고~
10분이면 다 쓸 수 있는 분량이다. 생각나는 대로 타이핑하는 건데 뭐가 어렵다고. 어차피 내돈내먹 내 느낌 그대로 툴툴 털어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어제 맨정신에 다시 방문해서 재차 확인했다. 계산이 잘못 된 게 아니었다. 2인 기준 6만원이었다. 어젠 3명이 가서 9만원이었고 술값은 또... 진탕 마시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