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파고 Sep 26. 2022

83.제주시 탑동 일통이반, 제주 1호 해남 횟집

작살로 잡은 돌돔을 맛본 날

제주도에 횟집이 몇 개나 될까? 내가 단골로 다니던 식당만 해도 열 손가락을 넘어 버렸는데 일통이반 이 식당은 다른 곳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제주도에 흔하고 흔한 식당이 횟집이다. 게다가 '해녀의 집', '해녀식당', '해녀횟집' 등 해녀들이 직영하거나 해녀회 혹은 어촌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도 제법 많다. 그런데 해남이 운영하는 식당은 내가 알기론 일통이반 뿐이다. 오랜 스쿠바 경력으로 우도 행심이 이모에게 해남 스카우트 제의도 받아본 경험이 있는 바, ㅋㅋ 제주도에서 미스터 해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해남이 없지는 않지만 해녀 할망들이 잡아온 무거운 해산물을 스쿠터까지 옮겨주는 짐꾼 역할이 더 큰 것 같기도... ㅋ 돌 날아오려나?



멍게 하면 돌멍게지. 역시~ 서울에선 돌멍게에다 소주를 따라서 먹곤 했는데...



친구들하고 제주도 환상자전거길 종주 때문에 제주에 내려갔다가 어쩌다 보니 1일 차 전날 저녁으로 비행기 편을 바꿔 날아가 술자리가 시작되어 방문하게 됐다. 나야 뭐 제주에 집이 있으니 제주도에 대한 감흥이란 게 별로 없는 편이지만 서울에서 한강만 달리던 친구들 입장에선 제주도 일주 라이딩이 로망처럼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녀석들은 새벽에 집에서 나와 제주도 한 바퀴 돌고 저녁에 집에 들어가 엄마가 차려주는 저녁밥을 먹는 나를 항상 부러워했다. 물론 나 역시 집에 내려갔을 때나 하던 거다.


https://brunch.co.kr/@northalps/47

설명하자면 이런 식인 거다. 집에 가면 사이즈는 좀 작지만 어쨌거나 엄마 MTB 타고 다닌다.



일통이반에서 술자리가 무르익으며 횟감을 고르는데 해남 사장님의 추천이 있었다. 허리 부분에 작살 꽂힌 흔적이 있는 자연산 돌돔이다. 통통한 게 아주 맛나 보인다. 우린 고민할 것도 없이 이 녀석을 선정했고 해남 사장님의 신랄한 칼솜씨에 처절하게 해부되기 시작했다.



이건 돌돔 특수부위. 애 하고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아무튼 한정판이다.



애피타이저처럼 특수부위를 훑어 먹다 보니 드디어 돌돔이 분해되어 온 몸이 적나라하게 널려 나왔다.

커다란 접시가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친구 녀석은 사이즈를 증명해야 한다면서 주먹을 들이댔다. 그거 아니라도 소주잔 하고 비교해도 되거든?

다음날 라이딩만 아니었으면 죽기 살기로 마셨겠지만 이 정도로 끝내고 말았다. 어차피 여행으로 라이딩을 시작한 거라 나처럼 당일치기 종주를 할 것도 아니어서 하루 80km 정도씩 달리며 남는 시간은 온종일 먹고 마시는 데 할애할 게 뻔했기 때문에 미련 같은 것도 없었다. 녀석들은 몰라도 난 이미 제주도 맛집은 손바닥에 있었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82.고기 굽기 귀찮을 땐, 부산 고굽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